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전 당대표인 베른트 루케 유럽의회 의원과 ECB의 양적완화 정책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루케 의원은 드라기 총재에게 양적완화 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며 압박했다.
AfD 대표였던 루케는 2년 전 이슬람 반대 등을 주장하는 극우 인사 프라우케 페트리에게 밀려 AfD를 떠났다. 현재 루케는 자신이 새로 창당한 ‘자유보수개혁당(LKR)’ 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루케 의원은 ECB의 채권 매입프로그램 규모에 궁극적 제한선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 내 보수층은 ECB 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루케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당신은 내가 신문 헤드라인에 실릴 만한 언급을 하길 원하기 때문에 계속 똑같은 말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드라기는 지난 24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AfD가 약진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직접적으로 독일 선거 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치적 리스크가 유로존 경제회복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오늘 보듯 환율은 유로존의 정치적 일부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루케 의원의 드라기 총재 압박은 AfD당이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한 이후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AfD 급부상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ECB의 정책적 노선 변경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내달 26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공개하고 내년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