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의 주가가 모처럼의 대규모 수주 소식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것도 조선주 투자심리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했다.
26일 삼성중공업은 전일 대비 9.80% 오른 1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 2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대규모 수주 소식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유럽 선사로부터 컨테이너선 6척을 총 1조1181억 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선주사 요청에 따라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세계 2위 규모의 스위스 MSC로부터 일감을 따낸 것으로 추정한다. 2010년 대만 선사 에버그린으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1조 원 규모에 수주한 이후 7년 만에 상선 기준 최대 규모의 수주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도 대형 수주 소식을 전했다. 폴라리스쉬핑과 32만5000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에 대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고, 주가는 5.76% 오른 14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계약금액은 총 8억 달러(약 9100억 원)로 단일 계약 기준 2012년 이후 5년 만의 최대 규모다.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사들이 연달아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조선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날 증시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5.01% 오른 것을 비롯해 한진중공업(6.66%), STX중공업(4.48%) 등 조선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규모 발주 소식에 더해 국제유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점도 조선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배럴당 1.56달러(3.08%) 상승해 지난 4월 18일 이후 최고치인 52.22달러에 마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원유생산 감축 합의가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쿠르드족 독립투표에 따른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유가 상승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선박보다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발주가 많아져 조선업계에 큰 호재로 해석된다.
잇따른 낭보에 내년 이후 조선주의 바닥 탈출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거의 끝난 상황에서 업황이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은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수주 증가 추세는 주가의 우상향 지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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