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 재정, 군사 등 여러 현안에서 지금보다 더 높은 결속력을 가져야 한다고 26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약 2시간가량 연설을 했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그는 국경 문제, 법인세, 정보 공유, 국방 등 다양한 현안에서 훨씬 더 깊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을 하나로 재건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음 10년을 위해 유럽은 공동 국방 예산을 포함해 군사적인 협력에서 통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EU는 너무 느리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방과 관련해서 마크롱은 “EU가 공동 방위 예산을 짜고, 공동 행동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EU의 장 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공동 군대를 창설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영국은 그러한 공동 군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약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마크롱은 국경 문제를 개선하고자 EU 국경 경찰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또 EU 차원의 난민청을 설립하자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통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EU 내에서 수익을 많이 내는 IT 기업에 대해 강력한 세금 부과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의 주장은 프랑스 내에서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마크롱을 향한 여론이 안 좋아진 것은 지난 24일 치러진 프랑스 상원 선거 결과로도 나타났다. 상원 선거에서 마크롱이 이끄는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정당은 선거 전보다 1석이 줄어든 2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권위주의적이고 급진적인 태도를 보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자유민주당(FDP)의 알렉산더 램프스도르프 의원은 이날 공동 예산을 구상한 마크롱을 향해 “유럽은 현재 공적 자금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개혁 정신이 없는 게 문제다”라며 “그는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자유민주당은 재정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때문에 공동 예산을 꾸리는 것이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