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와 보잉 간의 보조금 논쟁에서 자국업체 편들기에 나섰다. 캐나다에 이어 미국까지 자국업체 편들기에 나서면서 양국 간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캐나다 봄바디어의 미국 판매에 대해 최대 219%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봄바디어가 영국과 캐나다에서 보조금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C 시리즈’ 여객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보잉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날 예비판정 이유 중 하나로 봄바디어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홍콩을 방문 중인 로스 장관은 27일 기자들에게 “우리 조사에 바탕이 된 증거는 봄바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보잉과 다른 외부 기관이 제출한 증거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상무부의 결정은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양국의 신경전을 격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보잉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봄바디어가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벡 주 정부로부터 경영난 타개를 위해 제공한 금융지원으로 ‘C 시리즈’ 중형여객기를 싼값에 미국시장에 팔고 있다며 덤핑 혐의로 제소했다. 이에 상무부가 5월 봄바디어가 델타항공과 맺은 56억 달러 규모의 75대 중형항공기 판매계약과 관련한 덤핑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보잉은 또한 영국 정부가 봄바디어의 북아일랜드 공장에 대출을 제공한 것을 두고도 불법 보조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봄바디어 측은 보잉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캐나다 정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8일 보잉이 봄바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가면 보잉으로부터 구매하려던 F/A-18 슈퍼호넷 전투기 18대를 구매하려던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번 상무부의 결정은 캐나다 연방정부와 지방당국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재기한 봄바디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봄바디어와 항공기 계약을 한 델타항공은 이날 판정이 최종 판정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최종 판정은 내년 초에 나오며 아직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상무부는 이날 예비판정과 함께 내달 최종판정을 추가로 내린뒤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년에 최종 결정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