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라인’ 김광수 사퇴…거래소 이사장 공모 ‘안갯속’

입력 2017-09-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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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캠프 출신 김성진 전 조달청장 내정설 무게…과열 양상에 내부출신 카드 꺼낼 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에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27일 돌연 지원을 철회했다. 유력 후보로 꼽혀 온 데다 공모전 완주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김 전 원장이 추가 거래소의 이례적인 공모 모집 다음날 사임하자, 그 배경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7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차기 거래소 이사장 공모 지원자는 13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지원 사실을 공개하는 데 동의한 지원자는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신용순 전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감사 △류근성 전 애플투자증권 대표 △유흥열 전 노조위원장 △이동기 노조위원장 등 6명이다.

나머지 7명은 신원을 밝히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거래소 측은 규정상 본인의 동의 없이 지원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거래소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김성진 전 조달청장을 비롯해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본부장과 박상조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 전 원장의 지원 철회를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당초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김광수 전 원장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였다. 최근 금융권 주요 기관장 인사에서 이른바 ‘장하성 라인’(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맥)이 요직을 장악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금융권에서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상황은 거래소가 이례적인 추가 공모를 진행하면서 달라졌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힘을 보탠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인사에서 ‘장하성 라인’을 견제하기 위해 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추가 모집을 실시한 것 자체가 김 전 원장 유력설에 힘을 빼는 절차였다는 것이다.

앞서 김광수 전 원장은 이사장 공모 절차를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거래소 이사장 공모가 ‘정권 실세 간 자리 다툼’ 양상을 띠게 되자 부담을 느낀 김 전 원장이 지원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최흥식 금감원장의 임명이 강행되면서 김 전 원장을 밀어붙일 명분도 약해진 상황이었다.

한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김 전 원장이 사퇴로 사실상 김성진 전 조달청장의 내정설이 굳어졌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의 지원 여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소문은 파다하다”라고 전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과열된 이사장 공모를 의식해 내부 출신 인사를 택하는 ‘제3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사장 자리의 향방은 아직도 안갯속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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