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S 2017] 조환익 사장 “전력 유틸리티, 환골탈태하면 황혼 아닌 새벽 될 것”

입력 2017-09-28 11:01 수정 2017-09-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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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전력 사업에 새로운 기회”

▲조환익 한전 사장
▲조환익 한전 사장

“여러분, 이 사진을 잠깐 보시죠. 이것이 일몰을 찍은 것일까요? 아니면 일출을 찍은 것일까요?”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붉게 물든 배경에 높이 솟아 있는 송전탑이 잇따라 세워져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이 사진은 전력 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다.

조 사장은 28일 이투데이와 기후변화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17(CESS)’에서 초청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에너지혁명 2030’의 저자인 토니 세바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한전(KEPCO)은 언제쯤 없어질 것 같은지 물었을 때 ‘very soon(곧)’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조 사장은 “전력 산업에 신사업이 생겨나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진입한다는 것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다만 지금의 변화를 외면하거나 무시한다면 저 사진은 황혼을 찍은 사진일 것이고, 환골탈태(換骨奪胎) 해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한다면 새벽을 찍은 사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사장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에서 새롭게 건설되는 발전소의 50% 이상을 신재생이 차지했고, 2016년에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됐다. 지난해 전력산업에서 신재생의 비중은 발전설비의 14%, 발전량의 9%로 증가했고, 2050년에는 설비용량의 50%, 발전량의 35% 가량이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질 전망이다.

조 사장은 “기술발전에 따라 태양광 모듈의 가격은 1970년의 2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수 년 안에 50%가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발전단가가 낮은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같은 현재의 주력 에너지원이 신재생에너지에 자리를 내 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전력 산업에 새롭게 등장하는 사업들의 상당수는 계량기 이후, 즉 유틸리티의 사업 경계를 넘어선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사업을 Behind the Meter, 즉 ‘BTM’으로 부른다고 했다.

화석 연료의 퇴조와 신재생의 확산, 분산 자원과 BTM의 확대 등은 유틸리티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전력 사업에 새로운 기회로 조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을 꼽았다.

조 사장은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 부담을 줄여주지만, 출력 변화가 심해서 전력망 운영에 부담을 준다”며 “따로는 전력시장에서 발전사업자가 돈을 주고 전기를 팔게 되는 ‘네거티브 프라이스’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더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면 신재생에너지 100%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며 “에너지효율 향상도 전환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 유틸리티가 전기를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전기 판매를 줄이는 것이 수익이 되는 패러다임의 대 전환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12가지 파괴적 기술을 선정하면서 이 기술들이 2025년에 14조~33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5년 세계 GDP인 75조 달러의 약 20~45%에 이르는 규모다.

조 사장은 “이 경제적 가치 규모는 직접적인 효과이며 간접적인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환익 한전 사장
▲조환익 한전 사장

또한, 그는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첫 과제가 ‘디지털화’라고 했다. 전력 거래와 판매 등 유틸리티의 사업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데이터화하고 여기서 얻은 정보와 통찰을 기업 경영에 활용하는 것이다.

조 사장은 “디지털화를 통해 신재생과 에너지 효율 등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사업계획과 운영을 최적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유틸리티의 사업방식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한전은 전력산업의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화,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디지털, 오픈, 컨넥티드라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KEPCO 4.0’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전력산업의 4차 산업혁명이 성장하는 요람으로 나주에 위치한 ‘에너지 밸리’를 소개했다.

238개의 기업의 에너지밸리로 들어와 약 96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초기 목표였던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의 입주가 현실화되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마트에너지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사장은 ‘아시아 슈퍼그리드’와 관련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전통적 에너지의 융합 그리고 국가간 전력망과 전력시장 연계를 위한 첨단기술이 없다면 (슈퍼그리드의)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슈퍼그리드가 실현되면 한국은 전력망이 고립된 ‘에너지섬’을 벗어나 아시아 전력산업의 허브가 되는 혁명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강대국이 몰려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평화와 협력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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