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찬물을 끼얹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며 내년부터 대폭 확대한다는 보조금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사실상 1대당 500만 원 이상 삭감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8일 현대차는 SK네트웍스와 손잡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내 차량용 에너지 유통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정식으로 사업제휴를 체결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SK네트웍스와 함께 국내 최초로 100kW급 급속 충전기를 설치, 시범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와 고객 편의 제고를 위한 것으로, 내년 하반기 전국적 확대 시행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전기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3사는 2020년까지 약 2조6000억 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기업들이 잰걸음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전기차 예산은 올해(2643억 원) 대비 33% 늘어난 3523억 원이다. 그러나 보조금 지원 대상이 2017년 6000대에서 2만 대까지 넓어지면서 전기차 한 대당 보조금은 200만 원가량 줄게 된다.
이마저도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주행등급이 높은 차량의 경우 최고 1200만 원을 보조해주지만 주행거리가 짧은 차의 보조금은 800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12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볼트EV 등 몇 안 되는 차종은 물량 확보 문제로 국내에서는 사실상 판매되지 않고 있다.
개별소비세 200만 원과 교육세 60만 원 감면도 올해로 끝난다. 결국 내년부터 실질적 소비자 지원이 500만 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