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해산, 조기 총선 실시라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신당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정권유지를 위한 베팅에 성공할지 정권 교체 자충수로 무너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의원이 28일(현지시간) 오후 본회의에서 해산되면서 여야는 오는 10월 22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을 향해 사실상의 선거전에 돌입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이 이날 희망의 당으로 합류를 결정하면서 고이케 지사는 총선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북한과 미국의 긴장 고조로 최근 지지율이 오른 것을 바탕으로 정권을 안정적으로 연장시키고자 전격적으로 조기 총선에 나섰으나 고이케에게 정권을 내주는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조기 총선 입후보 예정자는 여야 통틀어 약 1000명이다. 총 465석을 놓고 여야가 다투는 가운데 아베는 자민·공명 양당 합쳐 233석 이상을 얻어야 정권을 유지시킬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후 기자회견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어떻게 일본 어린이들의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를 묻는 선거”라며 “비판에 응수하기보다는 우리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성실하게 호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각료 회의를 개최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정세 등을 논의했다. 선거기간 중 대응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정부 위기관리태세를 점검한 것이다. 이어 연립정부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가두 연설에 나서면서 결속력을 과시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이날 도쿄 강연에서 “속박의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본, 새로운 도쿄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며 “세계가 격동하는 가운데 일본과 도쿄가 변하지 않으면 갈 곳이 없게 된다”며 정권 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측은 소비세 증세와 헌법 개정 등 선거 쟁점을 놓고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 증세로 확보한 수입을 유아교육 무상화 등에 투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이케 신당인 희망의 당은 증세 동결을 내걸고 있다. 개헌과 관련해서 아베는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 보유 근거를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고이케는 지방분권이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