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주가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미국의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에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리 인상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은행업지수는 328.13포인트를 기록했다. 9월 들어 3.96% 떨어진 수치다. 개별 종목의 주가도 우리은행이 한달 새 4.84%, 기업은행이 4.03% 하락하는 등 일제히 뒷걸음질을 쳤다. 월 초 조정국면을 탈출하는 듯 보이던 은행업종의 주가는 미국의 9월 FOMC 이후 예상외로 급락하면서 하락세를 그렸다.
주가 흐름의 변곡점으로 여겨졌던 9월 FOMC는 은행주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지난달 19~20일(현지시간) 열린 회의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자산 축소와 더불어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지속돼 온 확장적 통화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속도 면에서도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은행주를 둘러싼 금리 환경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미국이 연말까지 적어도 한차례, 내년에도 2~3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연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 수익성 핵심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함께 높아지며 은행권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
통상 은행주의 주가는 금리 방향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최근 주가는 우호적인 금리모멘텀과 따로 움직였다. 이는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금융 당국이 연체금리 산정체계 등의 내용을 담은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우선 추진 과제’를 발표한 것. 연말께 나올 구체적인 방안에는 연체금리 인하, 금융사 의무 강화 등이 담길 전망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은경완 연구원은 “지난 6월말 현재 4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0.24%로 연체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훼손은 극히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연체금리 인하를 필두로 한 추가적인 마진 규제 가능성과 예대율 산정 과정에서의 가계 가중치 상향 추진 발언,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시점 연기 등이 은행주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주의 조정이 길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양호한 3분기 실적을 감안하면 은행주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출 성장과 충당금의 하향 안정화가 3분기 중에도 지속되는 중”이라며 “은행들의 실적은 재차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며 연간 이익 기대치를 웃돌 것”이라고 전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배당주 투자의 매력이 부각된다는 점도 은행주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시중은행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3.4%를 예상한다”면서 “주가 하락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은행주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