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이론적으로 예측한 중력파를 검출해 그 존재를 입증하는 데 공헌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라이너 바이스(독일, 85)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킵 손(미국, 77) 캘리포니아공대(캘텍)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미국, 81) 캘텍 명예교수 등 세 명을 선정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들은 중력파를 세계 최초로 검출한 관측 시설인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건설과 운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LIGO 검출기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중력파 관찰’이 선정 이유라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월 14일 우주 중력파가 처음으로 검출됐다.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면서 나온 중력파가 무려 13억 년의 여행 끝에 마침내 미국 LIGO에 포착된 것이다. 이 신호는 지구에 매우 약한 상태로 도달했지만 천체물리학에서 새로운 혁명을 일으켰다. 중력파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사건을 관찰하고 인간 지식의 한계를 시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라고 위원회는 강조했다.
위원회는 “현재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온 10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LIGO에서의 공동협력 끝에 중력파 검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며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열정과 결단력을 바탕으로 LIGO의 성공에 매우 귀중한 시간을 쏟아부었다. LIGO 개척자인 바이스와 킵 손, 프로젝트를 완료한 과학자이자 리더인 배리시 등 세 사람은 40년간 함께 노력한 끝에 마침내 중력파가 관찰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LIGO 연구진이 중력파 검출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이와 관련된 과학자들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바이스와 킵 손이 지난 1984년 공동으로 LIGO를 세웠고 배리시는 이후 프로젝트 책임자를 맡으면서 중력파 관측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킵 손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기도 했다.
중력파는 강한 중력으로 인한 공간의 왜곡이 파도처럼 전해지는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이 이미 1916년 자신이 세운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중력파의 존재를 예언했다. 이후 중력파는 다양한 관측과 실험으로 확인됐지만 직접적인 검출은 매우 어려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숙제’로 불렸다. 블랙홀이나 중성자 별 등 초고밀도의 천체가 서로 충돌할 때 그나마 관측할 수 있는 중력파가 나온다.
LIGO는 워싱턴 주와 루이지애나 주, 2곳에 4km의 거대한 L자형 레이저 관측기를 세우고 중력파에 따른 공간의 신축을 높은 정밀도로 검출하는 방식이다. 본격적으로 관측을 시작한 직후인 지난 2015년 9월 13억 광년 떨어진 두 블랙홀의 충돌에서 생긴 중력파를 잡았다.
중력파를 직접적으로 관측하면 빛이나 전자파 등으로 관측할 수 없는 천체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흔적을 보여주는 원시 중력파가 현재도 우주 공간에 떠돌고 있는데 이를 관측한다면 우주 탄생 직후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상금은 총 900만 크로나(약 13억 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