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긴 추석 연휴가 끝나면 새로운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대출규제와 다주택자들에 대한 임대주택 등록 유도 방안이 주요 내용이지 싶다.
대출문제는 총 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이라는 DSR기준에 대한 얘기일 것 같다. 이 기준은 개인의 소득이 부채의 원리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으로 해당 대출 건에 대한 상환 능력을 보는 DTI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그래서 DSR 적정선을 어떤 수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주택시장에 미치는 강도가 달라진다. 적정선을 확 낮추면 웬만한 사람은 은행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진다. DSR 기준은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지 않고 준비 단계를 거쳐 2019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어 급하지는 않다.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주택 등록 유도방안은 뭘까.
현재로서는 묘수가 안 보인다.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방안은 건강보험료와 세금 혜택 정도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 징수를 강화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세금 부과 업무가 번거로워서 그렇지 일단 기준을 정하면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 건수는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세금 징수 정책이 강화되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비율은 15%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추정한다. 현재 전세나 월세를 놓고 있는 주택은 516만 가구 정도 되고 이중 등록 임대주택은 79만 가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비 등록주택을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는 제도권 임대주택 시장으로 흘러들게 하면 전·월세 가격은 안정될 게 확실하다. 임대료 인상폭이 5%로 제한되기 때문에 전세가격 폭등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주택시장은 정부가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문제는 토지시장이다. 주택시장에서 놀던 투기성 자금이 토지 쪽으로 흘러들 여지가 많아서다.
토지가격이 급등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 토지는 모든 시설물의 원자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물론 도로망 구축에도 토지 매입 비용이 투입된다.
이는 토지가격이 뛰면 완성품 가격도 그만큼 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한 이유도 결국은 토지가격이 비싸서 그렇다. 건축비와 인건비는 뻔하다. 그러나 토지는 가격이 2배로 뛰는 경우가 흔하다. 원주기업도시 예를 보자. 개발 얘기가 없을 때는 3.3㎡(평)당 2만~5만원에 불과했으나 보상가격은 50만~80만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투기자본이 토지시장으로 흘러들 경우 전국의 땅값은 급등할지 모른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는가. 공공사업을 위한 토지수용이나 민간 개발사업은 심한 원가 상승압박을 받게 된다. 채산성이 안 맞아 사업이 무산되거나 추진한다 해도 건축원가가 높아져 임대료 상승을 불러 온다는 얘기다.
도시 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땅값은 변두리지역이라도 평당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강남권의 경우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도 평당 4000만~5000만원 선이다. 이런 곳은 땅값이 비싸 재개발이 어렵다. 기존 아파트 단지는 개발면적이 커 어느 정도 사업성을 맞출 수 있지만 일반 주택지는 그냥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만큼 토지시장 관리가 중요하다는 거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전국과 수도권 땅값은 각각 2.6% 상승한데 반해 아파트가격은 9월까지 전국 0.9%,수도권 1.7%씩 각각 올랐다. 전국의 땅값 상승률은 아파트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2010년대 들어 땅값은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으나 아파트는 전국의 경우 2012년 2.1% 떨어졌고 수도권은 2010년 -1.8%, 2012년 -4.3%, 2013년 -1.1%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울은 2010년부터 4년간 연달아 떨어졌고 2012년의 하락폭은 무려 6.7%에 달했다. 이 시기에 강남의 사정은 더 심해 강남불패 신화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를 감안하면 토지시장은 매우 안정적이다. 수급 변동이 심하지 않고 경기 영향도 별로 받지 않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매입자들은 대부분 자금력이 풍부한 부자들이 많아 경기 사이클에 민감해 하지 않는다. 대부분 오랫동안 묻어두는 장기 투자자여서 웬만큼 오른 가격에는 팔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팔지 않고 버티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런 분위기에 돈이 몰리면 토지시장은 투기장으로 변질될 게 뻔하다.
정부는 주택시장만 규제할 게 아니라 토지 쪽도 미리 방비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토지가 모든 부동산 상품의 주요 원자재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