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이란인 A(14)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7월 아버지와 함께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애초 그는 무슬림이었으나 2011년부터 친구 소개로 교회를 다녔다. 이듬해부터 올해 3월까지 주일학교를 다니며 성경을 공부하기도 했다. A씨는 아버지에게도 기독교를 전도했다.
A씨는 이란으로 돌아가면 기독교 개종을 이유로 박해받을 것을 우려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박해를 받을만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없다"라며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정에 불복해 지난해 7월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A씨는 결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이란으로 돌아가면 기독교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판단 이유였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에서는 인종과 종교 등으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는 경우 외국인이나 무국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정한다.
김 판사는 "이란은 헌법을 통해 공식 종교를 이슬람이라 선포했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는 다른 종교로 개종을 허용하지 않고 배교 행위를 사형에 처하는 범죄로 정한다"고 지적했다. A씨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체포·구금되거나 형사처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어 "이란에서는 개종자들의 대학진학과 공직 진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이란으로 돌아가 직장을 선택할 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판사는 “이란 당국이 A씨의 개종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A씨는 박해를 피하고자 비밀리에 종교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라며 "이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서 '박해'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