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원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기관이 정치와 시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자금 운용에 있어 정부 정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상태에서는 국민연금은 다른 어떤 투자 결정을 할 때도 정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설화가 추진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독립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기관이 주요 투자와 장기적 정책의 수립 뿐 아니라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권의 독립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뤄야 할 과제다. 현재 국민연금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복지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기금운용본부장의 경우 임추위 추천 이후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면 이사장이 임명한다. 결국 두 자리 모두 정권이 정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치 실세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기금운용본부장에 내정돼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의 정부 당연직을 대폭 축소하는 식으로 독립성을 강화한 뒤, 해당 위원회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을 뽑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시장의 압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일부 재벌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삼성그룹의 주식 등 일부 재벌기업에 수익성을 의존하면, 이들 기업의 요구에 응해줘야 한다는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은 정권으로부터의 압력 뿐 아니라 내부의 찬성 의견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기업에 투자를 한 이후에도 의결권행사 지침을 법제화 해 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