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상화폐 형태로 자금모집을 하는 초기코인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나섰음에도 국내 스타트업의 ICO가 여전할 전망이다.
9일 새 ICO를 준비중인 한 개발자는 "지난달 말 정부의 ICO 금지 조치에 따라 준비중인 사업이 법적 문제가 없는 지에 대해 법률회사로부터 자문을 끝낸 결과 이상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개발자는 이어 "처음부터 사업 준비를 해외 국가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주재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ICO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ICO란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모집하는 기업공개(IPO)를 본떠 증권 대신 '디지털토큰'을 발행, 투자금을 가상화폐 등으로 모금하는 것이다.
정부는 ICO를 내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에 사기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어떤 기술을 쓰거나 용어를 사용하든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거나 기업에 대한 일정한 권리·배당을 부여하는 기존의 '증권형 ICO'뿐 아니라 플랫폼에서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코인형 ICO'도 금지 대상이다.
ICO에 따른 투기 수요가 커지면서 시장이 과열되고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7월), 싱가포르(8월), 중국(9월) 등 주요국에서도 ICO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제재성 방침이 실효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CO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공식적으로 법적 제한이 없는 국가를 통해 자금을 모집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개발자가 영국령인 지브롤터에서 법인이나 재단을 설립할 경우 표면상 해외 ICO가 된다. 국내에서 이를 막을 제도적 근거가 없다.
ICO 관련 홈페이지에 대한 국내 인터넷망 사용자들의 접근제한을 할 수 있지만, 이 마저도 우회 접속을 통해 무리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르롤터는 영국령으로 금융과 관련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선진화 돼 ICO 유치를 가장 많이 하는 곳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스위스 주크시에서도 법적 장애가 없어 활발히 ICO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의 ICO 전면금지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참여 과정에서 ICO 주최측으로 부터 부여받은 주소로 직접 가상화폐를 송금할 경우 이를 막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가상화폐 관계자는 "국내에서 다단계 형태로 이뤄지는 불법 자금 모집을 다소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는 ICO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