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NYT 기고 “미국이 전쟁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우린 평화적 해결만 원해”

입력 2017-10-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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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47)이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한국 사회에 대한 글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했다.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이 칼럼은 미국 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9일(현지시간) NYT 칼럼에서 한강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국인의 공포를 언급했다. 북한 핵무기·미사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도 한국인은 일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두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북한에 대해 신비로운 태도를 보인다고 보도한다. 전 세계가 북한으로 인해 공포에 떨 때도 남한 사람들은 평온해 보인다”면서 “우리가 정말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긴장감과 공포는 우리 내면에 깊은 충격을 안겨준다”고 밝혔다.

한강은 전쟁이 날까 걱정돼 은행에 저축한 돈을 집에 가져간 할아버지의 사례, 추석 선물로 ‘생존 가방’을 선물하는 경우를 예로 들며 전쟁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사는 한국인을 묘사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추석을 앞두고 어떤 사람들은 손전등, 라디오, 약품으로 가득 찬 생존 배낭을 준비했다. 전쟁과 관련된 뉴스가 있을 때마다 기차역과 공항에서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 긴장한 얼굴로 화면을 보았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국경 너머로 핵무기 실험을 하거나 방사능이 누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도 비판했다. 한강은 “미국 뉴스에서는 ‘우리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우리는 승리할 것이다’‘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매일 2만 명의 한국인이 사망할 것’‘걱정 마라. 전쟁은 오직 한반도에서 일어난다.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서서히 고조되는 말싸움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한강은 평화적 해결책을 강조했다.“대화와 평화의 해결책을 말하는 한국 정부에 미국 대통령은 ‘그들은 한 가지만 이해한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정말 한 가지만 이해한다. 우리는 평화가 아닌 해결책은 의미가 없으며 ‘승리’는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구호임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6·25 전쟁을 이웃 강대국의 ‘대리전’이라 묘사한 점은 논란을 빚었다. 온라인에는 장문의 댓글이 달렸다. 코네티컷 주의 한 네티즌은 “한국 전쟁은 이라크·아프간 전쟁처럼 미국의 전쟁”이라며 한강의 의견에 공감했다. 버지니아주의 한 네티즌은 “김일성은 남한을 침략하기로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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