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아빠'의 치밀한 언론플레이… SNS는 물론 국토대장정, 저술, 엽기적 사망제보까지

입력 2017-10-10 09:38 수정 2017-10-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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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연합뉴스)
(출처= 유튜브, 연합뉴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이른바 ‘어금니아빠’의 과거 언론플레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어금니아빠’ 이 모 씨는 지난달 30일 여중생 딸의 친구인 A 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 영월의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5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 씨의 범행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씨 부녀가 10여 년 동안 ‘유전성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으로 언론에 보도돼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특히 ‘애끓는 부정’을 강조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언론을 통해 자신을 알려왔다.

이 씨가 처음 언론에 소개된 것은 2006년이다. 이 씨는 MBC 등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딸과 함께 희소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

방송 이후 '어금니아빠'로 알려지며 격려와 관심이 쏟아지자 이 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을 알리겠다” “자전거를 타다 쓰러지면 사람들이 우리 딸을 기억할 것”이라며 자전거 국토 대장정에 나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유명세를 치른 이 씨는 이듬해인 2007년 10월 자신과 딸의 이야기를 담은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또 2008년 자신이 사는 지역의 불우아동 25명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선행을 베푸는가 하면 2009년에는 미국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짱구 캐릭터 분장을 하고 자신의 병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며 모금활동을 벌여 또다시 언론에 소개됐다.

이 씨는 이런 과정에서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마련하고 자신의 SNS를 활용해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모금을 이어왔다.

이 씨는 아내의 사망 직후에도 이를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언론에 알리며 장례비용 모금을 호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씨는 아내 최 모 씨가 지난달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0여 시간 뒤 아내의 시신에 입 맞추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JTBC에 제보했다.

그는 영상과 함께 “아내가 8년 넘게 성폭행을 당해 투신했다”라며 “장례비용과 딸의 수술비를 위해 3500만 원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어금니아빠' 이씨는 그간 '애타는 부정', '가족을 향한 헌신적인 이미지'로 적지 않은 후원금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을 통해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사람들의 호의를 이끌어내는 데 익숙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씨는 9일 2차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여전히 “내가 자살하려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피해자가 잘못 먹은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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