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살인개미’로 불리는 맹독성 붉은 불개미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지 2주가 지났지만 확산 여부를 판단할 여왕개미는 종적을 감췄다. 정부는 여왕개미가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지만, 붉은 불개미의 무서운 번식력을 놓고 볼 때 예단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 최초로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추가 발견은 없는 상황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9일 감만부두에서 붉은 불개미 1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개미집을 제거한 뒤 유관기관 및 전문가들과 합동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왕개미나 그 사체를 찾지는 못한 채, 여왕개미가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잠정 결론냈다.
여왕 붉은 불개미는 알을 하루에 많게는 1500개까지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한 종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남미 등지에 퍼진 붉은 불개미가 국내에서도 해외 컨테이너를 통해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왕개미가 낳은 공주개미들이 각지로 퍼져 새로운 군락들을 형성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미에서는 붉은 불개미에 쏘이는 사람이 한 해 8만 명에 이르고, 100여 명이 사망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움직이는 검역당국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았다.
앞서 일본에서 붉은 불개미가 출현하면서 강력한 경고가 왔지만, 미리 대처하지 않다가 또다시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살충제 계란이 ‘국내에는 없다’고 했다가, 사건이 터지자 ‘먹어도 괜찮다’고 했던 상황과 판박이라는 비판이 커진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검역 대상은 식물에 국한됐고, 컨테이너 등 비생물적 경로는 제외돼 붉은 불개미와 같은 해충 유입에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