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에 대비해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유동성은 자력으로 확보했지만 검찰 수사가 길어질수록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산업계 및 투자은행(IB)에 따르면 KAI는 전자단기채권 2000억 원과 기업어음(CP) 1500억 원을 발행했다. 이와 함께 사모사채 300억~400억 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어음이다. 기존 기업어음(CP)과 달리 발행한도를 이사회가 결정하고, 무권화(증권을 문서로 발행하지 않는 것)가 의무 사항이다.
KAI는 9월 이사회를 통해 전단채 발행 한도를 3500억 원까지 늘리고 처음으로 전단채를 발행했다. 자금을 조달한 이유는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을 위해서다. KAI는 10월 600억 원, 11월 600억 원, 12월 1100억 원 등 올해 총 2900억 원의 CP 만기가 예정돼 있다. 주채권은행은 KDB산업은행으로, 산은은 아직 만기 연장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연장을 하게 된다면 1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과 논의해야 한다.
KAI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하성용 전 사장이 사임했다. 남은 임원들은 운영 자금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신규 사업보다 추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공백 장기화로 추심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이유는 검찰 수사 등으로 은행 여수신이 막혔기 때문”이라며 “방위산업 특수성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면(지연배상금) 유동성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