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급락하며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랠리를 보인데다 외국인도 코스피를 중심으로 대량 매수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북한 노동당창건일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도발이 없었다는 점도 안도감을 줬다. 긴 추석연휴 사이 벌어질 이벤트에 대한 경계감으로 구축했던 달러 롱(매수)포지션에 대한 손절도 나왔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다만 원·달러가 기존 박스권인 1120원에서 1140원 사이로 회귀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달러가 오랜 기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답답한 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142.5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개장초 1143.0원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이후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며 마감가가 장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역외환율은 소폭 올랐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44.8/1145.3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대비 0.05원 상승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9.34포인트(1.64%) 상승한 2433.81을 기록했다. 이는 7월27일 기록한 2443.24 이후 3개월만에 최고치다. 코스피200은 6.22포인트(1.97%) 오른 322.49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8192억4100만원어치 매수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식을 8000억원 넘게 사면서 원·달러가 하락압력을 받았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아시아통화들에 영향을 미쳤다. 연휴 이전 북한 우려로 롱포지션을 쌓았던 것을 정리하면서 하락압력이 강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원·달러가 추가 하락하기에는 북한 이슈가 남아있다. 달러도 지지받는 분위기여서 이번주말까지는 1120원대 초중반에서 상승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도 “긴 연휴를 앞두고 롱포지션을 이월했던 부분들에서 스탑물량이 나왔다. 코스피가 호조를 보였고 외국인 순매수도 큰 금액으로 나타나면서 원·달러 하락압력이 컸다. 북한 노동당창건일 관련 이슈가 새로 나오지 않으면서 하단을 지지할만한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20원에서 1140원 내지 1150원 레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국내 수급외에 역외로부터 꾸준하게 투자가 돼 줘야 원·달러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차익을 볼 수 있는 통화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것도 원·달러가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엔은 0.13엔(0.12%) 하락한 112.54엔을, 유로·달러는 0.0046달러(0.39%) 오른 1.1781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