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규모 투자와 극한 생존전략으로 우리를 전방위적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 민간 투자와 더불어 정부 정책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한상범<사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장이 최근 열린 ‘제8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중국에 쫓기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실제 정부 지원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중국전자영상협회와 중국광확광전자산업협회는 TV, ,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디스플레이 화면 제작을 위해 중국서 계획 중이거나 조립 라인에 대한 투자가 약 8000억 위안(138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굴기’를 앞세운 중국 정부는 LCD에 이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도 핵심지원 산업으로 지정하고 기업에 융자, 세금우대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협회는 정부의 지원과 투자로 2019년 중국이 한국을 꺾고 디스플레이 최대 생산국이 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올 상반기 중국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전 세계 3분의 1에 달해 한국에 이어 2위로 올랐다.
반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13조5000억 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했으며, 올해와 내년 25조 원 이상의 OLED 설비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OLED 투자 금액만 비교해도 중국이 3000억 위안(약 51조 원)을 투자한 것과 대조적이다.
LCD에만 5000억 위안(약 86조 원)을 투자한 중국은 올해부터 대형 LCD 시장서 한국을 꺾고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대만시장조사기관 위츠뷰는 올해 중국의 대형 LCD 패널 생산 비중이 35.7%를 기록해 사상 첫 1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위는 대만(29.8%), 3위는 한국(28.8%)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위 자리를 지켜온 한국은 중국과 대만에 밀려 3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OLED에서도 한국보다 2배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에서 중국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강조해왔지만 BOE가 이달부터 플렉시블 OLED 양산에 나서면서 더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BOE가 생산한 OLED는 화웨이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플렉시블 OLED를 만들어 업체에 공급한 것은 최초다. 화웨이는 그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사용해 왔다. BOE는 화웨이를 시작으로 나아가 애플의 아이폰용 OLED 공급에도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중국이 정부 투자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정부의 규제로 투자에 발목이 잡혀있다. 지난달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업체들은 전문 인력 확보 방안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정부에 토로했지만, 도리어 정부는 중국 투자를 진행 중인 업체들에게 기술과 일자리 유출을 이유로 중국 투자에 대한 부정적 방침을 드러냈다.
중국과의 격차를 위해 투자 타이밍이 중요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가 투자에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선점 기회를 놓칠까 우려하고 있다.
한상범 협회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면 더 큰 시너지를 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렵고 기술 난도가 높은 OLED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