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발각→실적 악화→구조조정’ 日기업 스캔들 정석…‘데이터 조작’ 고베제강도 도시바 전철 밟는다

입력 2017-10-11 08:35 수정 2017-10-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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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회사 매각 등 재무기반 악화 저지 나서…‘메이드 인 재팬’ 신뢰에 또 균열

▲고베제강의 우메하라 나오토(왼쪽) 부사장이 8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고베제강의 우메하라 나오토(왼쪽) 부사장이 8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기업이 주주가치를 파괴하고 소비자와 당국을 격분시키는 일련의 스캔들로 추락하고 있다.

최근 대형 철강사 고베제강 산하 계열사 4곳이 알루미늄과 구리 제품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메이드 인 재팬’의 신뢰에 다시 균열이 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고베제강이 10일(현지시간) 부동산 자회사를 매각할 방침을 굳혔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비리가 발각돼 실적이 악화하면 구조조정에 나서는 일본 기업 스캔들의 악순환이 재연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고베제강은 전액 출자 자회사인 고베부동산 주식을 매각한다. 고베부동산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임대와 분양이 주력인 업체이며 보유 부동산 자산규모는 900억 엔(약 9085억 원) 정도다. 지분 전량 매각 여부 등 세부사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매각 규모는 약 500억 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입찰 절차를 시작하고 매각 대상 선정을 서두른다.

고베제강은 지난 3월 마감한 2016 회계연도 230억 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흑자 전환이 예상됐지만 일본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품질 데이터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고베제강이 알루미늄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무려 200곳에 이른다.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의 자동차 도어에 고베제강 부품이 쓰였다. 히타치의 고속철도 차량과 쓰바루가 보잉에 납품하는 비행기 부품에도 들어갔다. 자동차업체들이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면 고베제강이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에 고베제강은 자회사를 정리해 재무기반 악화를 미리 저지하려는 것이다. 고베제강 주가가 10일에 22% 폭락하는 등 이미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 닛케이는 적어도 10년 전부터 조직적인 비리가 계속됐고 그 규모도 크기 때문에 고베제강이 사업정리를 강요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리콜로 파산하게 된 에어백 업체 다카타, 분식회계와 원자력발전 자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손실로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인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게 된 도시바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다.

수년간 스캔들을 일으킨 일본 기업은 이들만이 아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연비조작 파문을 일으킨 끝에 결국 닛산이 인수했다. 닛산 자신도 최근 무자격 직원이 완성차를 검사했다는 사실이 발각돼 121만 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아사히카세이와 도요고무는 지난 2015년 고베제강과 비슷하게 데이터 조작 사실이 발각됐다. 닛케이는 지난 몇 년간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비리가 계속 터졌지만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런 일련의 스캔들 근저에는 소비자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우메하라 나오토 고베제강 부사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민간기업 간의 거래에서 계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낮았다”며 “클레임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든 넘어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은 높은 품질과 안전으로 명성을 쌓았지만 오히려 이들 핵심 역량에 대한 인식 부족과 허술한 관리체계를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고베제강 경영진은 지난 8월 30일 자체 점검에서 문제를 발견했지만 소비자 공표는 뒷전으로 한 채 덮어두기에만 급급했다. 고베제강이 일본 경제산업성에 보고를 한 시점도 9월 28일이다. 나오토 부사장 등은 기자회견에서도 고객사들에게만 사과하고 최종 소비자에 대한 언급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12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권을 잡은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 초점은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는 것보다 수익성 개선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을 늘렸지만 잘못된 경영관행을 고치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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