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10. 단의장옹주(端儀長翁主)

입력 2017-10-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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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하대에 불교 禪宗을 후원한 왕실 여성

단의장옹주(端儀長翁主)는 신라 제48대 경문왕의 누이이다. 아버지는 김계명(金啓明)이며, 할아버지는 신라 제43대 희강왕(僖康王)이다. 경문왕의 어머니는 제45대 신무왕(神武王)의 딸인 광화부인(光和夫人)인데, 어머니가 같은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문왕 외에도 남자 형제로 진성왕대 향가집 ‘삼대목(三代目)’ 편찬을 주도했던 각간(角干) 위홍(魏弘)이 있다. 경문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49대 헌강왕, 50대 정강왕, 51대 진성왕에게 고모가 된다.

단의장옹주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와 같은 역사서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인들이 단의장옹주라는 존재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통일신라시대 승려들의 탑비문에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라 하대에 선종(禪宗)이 유행하는데, 그중에 단의장옹주는 지증(智證·824~882), 수철(秀澈·817~893)과 인연이 각별했다.

‘지증대사 탑비문’에 따르면 864년(경문왕 4년) 겨울에 단의장옹주는 미망인을 자처하며 불교에 귀의하였다고 한다. 당시 지증대사는 북종선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는데, 경문왕이 초청하였으나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의장옹주가 자기가 받은 봉읍(封邑)인 현계산(賢溪山) 안락사(安樂寺)가 매우 아름답다는 초청에 응하여 안락사에 주석(駐錫)하였다.

단의장옹주는 지증대사를 주지로 모신 뒤 867년(경문왕 7년)에는 여금 등으로 하여금 절에다 좋은 전지와 노비문서를 기증하게 하였다. 단의장옹주의 후원에 감복하여 지증대사도 879년(헌강왕 5)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장(莊) 12구(區)와 밭 500결(結)을 희사하였다.

남원 실상사에 있는 수철화상탑비에도 단의장옹주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수철화상은 단의장옹주의 집안과 깊은 교류가 있었는데, 867년(경문왕 7년) 경문왕이 궁궐로 초청하여 왕실 일원들이 모여 수철화상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하였다. 그때 수철화상은 왕을 위하여 선(禪)과 교(敎)의 다름과 같음에 대해 대답했다. 또한 헌강왕도 수철화상을 존경하여 가까이 두고자 도성 안에 거처하게 하였으나 수철화상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자 헌강왕은 단의장옹주에게 명을 내려 수철화상이 심원사(深源寺)에 살도록 요청하게 하였다. 이후 수철화상은 심원사에 주석해 있다가 실상사로 옮겨 입적하였는데, 비문에 심원사 승려로 쓰여 있다. 단의장옹주가 교류하고 후원하였던 지증과 수철은 신라 하대 구산선문(九山禪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지증은 희양산문(曦陽山門)의 개조(開祖)로 알려져 있으며, 수철은 실상산문(實相山門)의 2대조이다. 신라 하대 구산선문 가운데 두 선문이 단의장옹주의 후원으로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단의장옹주는 일찍이 혼자가 되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개인적인 슬픔을 종교로 승화하여 신라 하대 불교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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