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3세 경영승계, 오너리스크ㆍ사드 악재 덕 본다?

입력 2017-10-11 10:47 수정 2017-10-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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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과 홀딩스 주식 스왑 거치면 지배력 커져 자회사 전환ㆍ지분 두토끼 잡아

오리온그룹이 오너 리스크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악재에도 3세 경영승계에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말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현재는 사업회사인 오리온의 자회사 전환이 남아 있다. 자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오리온 지분 20%가 필요하나 오리온홀딩스는 이에 한참 모자란 12.08%를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 요건 달성을 위해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간 연내 주식 스와프가 점쳐졌으며, 실제 오리온홀딩스는 지난달 28일 오리온 주주를 대상으로 965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이 단지 경영의 투명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 시 주식 스와프 등을 통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늘림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승계를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이러한 이유로 지주사 전환이 성행했다. 이와 같은 흐름은 7월부로 시행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개정안 시행으로 지주회사 자산 요건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기업들이 서둘러 전환을 했다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에 한창인 오리온그룹은 이화경 부회장의 미술품 횡령 혐의로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부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여기에 사드 보복까지 겹치며 경영 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가 오히려 지주사 전환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 주가는 7월 3일 4만2000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해 현재는 2만 원 선에 머물고 있는 반면 오리온은 9만 원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현 상황에서 주식 스와프를 거치면 오너 일가는 지배력을 더 키울 공산이 크다. 주식 스와프를 통해 자회사 전환 작업을 마치는 것은 물론 오너는 더 많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지주사 주가가 낮은 만큼 사업회사 주식과 교환할 때 더 많은 지주사의 신주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3세 역시 이 과정에서 지분 확보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 사이에는 장녀 담경선(32) 씨와 장남 담서원(28) 씨 등 두 명의 자녀가 있다. 경선 씨는 오리온재단 과장으로 근무 중이며 서원 씨는 중국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자녀의 지분율은 9월 말 기준 각각 0.53%로, 유상증자를 거치게 될 경우 지분율에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은 오리온이 대내외 악재로 힘들지 모르지만 주식 스와프 이후 자회사 전환 성공과 다량의 지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주사의 주가가 낮고 사업회사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을 경우 주식 스와프 시 오너에게 유리하다”며 오리온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다만 자회사 전환이 완료됐다고 해서 3세 경영 승계가 완료된 것은 아니며 그 이후부터 3세의 지주사 지분 확보에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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