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진단 / 국책연구원장에 듣는다] 김상호 보건사회연구원장 “일가정 양립 사회 만드는 게 最善”

입력 2017-10-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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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취업·신혼 주거환경 등과 모두 맞물려…복지 늘려야 하는 이유? 그게 결국 사회통합

“출산 결정은 가족 단위에서 이루어지는데 정부에서 출산을 ‘강요’하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난임시술 지원, 일·가정 양립지원, 공공유치원 확대 등과 같은 출산장애 요인 제거와 출산을 위한 여건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상호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간 100조 원이 넘는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하는 출산율 문제의 해법을 이같이 제시했다.

김 원장은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출산이 기혼여성 위주로 이뤄져 혼인 건수가 출생아 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치관의 변화로 미혼과 만혼 현상이 확산돼 혼인 건수가 감소하고 만혼에 따른 출산력 감소로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젊은 세대는 국가나 사회의 미래보다 개인과 가족의 행복과 이익을 우선시하는데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통해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분야라는 설명이다. 기혼여성의 경우 육아와 자녀교육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둘째 아이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김 원장은 “기혼여성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하고, 보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며 “비혼과 만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청년 취업을 활성화하고 신혼부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17년은 경제활동인구가 처음으로 감소하고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처음으로 많아진 해다. 이에 따라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는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부양할 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게 돼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주된 원인은 저출산과 기대수명의 연장인데, 우리나라는 1970년부터 기대수명이 매년 약 0.4세 증가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책은 정년 연장 등을 통해 근로자의 취업기간을 늘리고, 건강한 노인들의 취업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원장은 “현재 65세로 되어 있는 노인 연령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조정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기대수명 증가로 길어진 노년기를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국민연금,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등을 통해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의 급여화, 소득수준별 본인부담 상한제 인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등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 김 원장은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소요되는 재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추계와 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재원확보 이외에도 의료비 지출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복지 재정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 경제성장의 과실이 사회 구성원에 골고루 배분되지 못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통합이 약화됐다.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게 매우 높은 자살률은 복지예산 증대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환경, 정부예산 구조 및 정부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정부에서 복지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현 정부의 복지 확대가 결정되기 이전의 기준이 앞으로 지속된다고 가정을 할 때, GDP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2060년에 25.8%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는 복지를 확대할 때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늘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5년간 추진하는 저출산 정책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 정책을 가족정책으로 변경해 가족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실시하고, 그 결과 출산을 위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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