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퀄컴과 공정위 소송 이달 30일 본격 시작...쟁점은?

입력 2017-10-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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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제공)
(퀄컴 제공)

1조 원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이 벌이는 소송이 이달 30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번 소송에는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화웨이 등 전 세계 기업들이 보조참가인으로 공정위 편에 섰다. 사실상 천문학적인 규모의 소송이라는 법조계 분석이 나오면서 소송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2시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첫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준비기일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다룰 쟁점을 정리하고 증인 목록 등을 정하는 절차다.

법원은 지난달 4일 퀄컴이 공정위 시정명령을 중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퀄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처분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공정위가 퀄컴과 법적 다툼에서 우선 우위를 점한 셈이다. 다만 재판부는 행정소송법에서 정한 집행정지 요건만 판단했다. 시정명령의 적법성 여부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소송에서 본격적으로 심리한다. 현재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퀄컴 측이 항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퀄컴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2만5000여개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표준필수특허란 해당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제품 제조와 판매가 불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표준필수특허를 가진 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특허를 개방해야 한다. 이를 '프랜드(FRAND) 확약'이라고 한다.

앞서 공정위는 퀄컴이 프랜드 확약을 위반하고 다른 사업자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보고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시정명령은 △모뎀칩셋사와 특허권 계약 협상에 성실히 응할 것 △모뎀칩셋을 볼모로 특허권 계약 강요 금지 △휴대폰 제조사와 특허권 계약 시 부당한 계약조건 강요 금지 등이다.

소송 쟁점은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다른 사업자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는지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경쟁 모뎀칩셋사에 특허권을 주지 않거나 휴대폰 제조사에 일방적으로 정한 특허권 조건을 강요해 프랜드 원칙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반면 퀄컴 측은 "업계 관행이며 사업을 방해한 적 없다"고 맞서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전제가 되는 퀄컴의 시장 지배자 지위는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돼 퀄컴 측에서 반박할 소지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2G(CDMA), 3G(WCDMA), 4G(LTE) 등 이동통신 라이선스 시장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갖고 있다. 2015년 매출액 기준 LTE 모뎀칩셋 시장에서 퀄컴의 시장 점유율은 69.4%, CDMA은 83.1%에 이른다. 공정위 대리인단 측은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가 있다는 것은 논점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밖에 공정위 단계에서 퀄컴이 자료 접근권과 교차신문권(직접 이해관계자를 신문할 권리) 등 방어권을 보장받았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과징금의 경우 지나친 처분이라는 주장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퀄컴의 한국 매출을 과도하게 계산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사실상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퀄컴이 그동안 누려온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권과 모뎀침셋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는 탓이다. 애초 관심은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인 1조 원에 관심이 쏠렸으나 퀄컴 측에서는 시정명령에 집중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특허 사용료로만 약 10조 원을 벌어들였다. 한국에서만 매년 1조5000억 원을 챙겨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전 세계적으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퀄컴은 이미 중국과 대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유럽연합(EU)에서도 과징금을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 애플은 중국과 미국, 영국 등에서 퀄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섰다. 법원 역시 사건의 중요성과 전 세계적인 파급력 때문에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대법정에서 공개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대형 로펌 7곳의 싸움이기도 하다. 퀄컴은 법무법인 세종·화우·율촌 등 국내 대형 로펌 3곳에 사건을 맡겼다. 율촌은 박성범(51·21기) 변호사 등 5명이, 세종은 공정위 법무심의관을 지낸 임영철(60ㆍ사법연수원 13기) 대표 변호사를 중심으로 대리인단을 꾸렸다. 화우는 윤호일(74ㆍ사시 4회) 대표변호사가 주축이 됐다. 공정위는 법무법인 바른과 IT와 특허 분야 전문가인 최승재(46·29) 변호사가 담당한다. 보조참가자인 삼성과 화웨이는 법무법인 광장, 애플은 태평양, 인텔은 지평 각각 소송을 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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