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보험산업의 제도개선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과거 서울보증보험 CEO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서비스 질(質)을 향상시키겠다는 각오다.
최 위원장은 12일 오전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제45회 보험CEO 및 경영인 조찬회'에 참석해 "보험산업 공동의 핵심 자산인 '신뢰'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20여명의 보험사CEO가 참석했다.
최 위원장은 상품개발, 보험료 산정, 보험판매, 보험금 청구·지급, 건전성 강화, 영업과 관련한 불필요한 규제 폐지 등 6가지 항목에 대한 문제점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천편일률적인 보험상품과 유병자·고위험 직군 등에 대한 위험보장 공백은 보험산업의 사회 안전망 기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차·전기차 보험, 헬스케어 산업과 결합된 보험상품 개발도 부진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년 4월부터 출시하기로 한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추진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질병이력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도 일정기간 건강을 잘 관리하면 하루빨리 실손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상품개발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역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건강관리 노력으로 보험계약자의 위험이 감소하면 보험료 할인 등을 통해 그 혜택이 계약자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는 원칙 하에서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달 중 금융감독원, 보험업계와 공동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해 온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최 위원장은 "금융당국은 장애인 전동 휠체어 전용 보험 등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예산·행정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생활밀착형 보험 판매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판매채널 진입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여행자보험, 제품하자보증기간 연장보험, 레저 관련 상해보험, 법률비용 보장보험 등 소비자에게 유용하지만 판매수수료가 낮아 전통적인 대면 판매채널을 통해선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운 보험상품의 판매를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최 위원장은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보험대리점 등록제한 폐지, 특화 보험사에 대한 적극적 인가정책 및 진입요건 완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 관리도 철저히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보험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징금 기준도 기존보다 2.5배 상향조정했다. 당초 수입보험료의 20% 이하로 책정했던 과징금을 수입보험료의 50% 이하로 변경했다. 해당 내용이 반영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
최 위원장은 "CEO분들께서는 보험계약자 보호,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확보 차원에서 보다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최 위원장은 보험업계 화두인 실손보험료 산정에 대한 계획도 빠짐없이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 원인을 비급여 관리 부재로 인한 높은 손해율로 돌린다면 보험계약자나 시장이 이를 이해하고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통해)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여력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통계적으로 산출·검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IFRS17 도입이 예정된 만큼 건전성 관리 당부와 함께 정책 추진 계획도 전했다. 최 위원장은 "IFRS17 시행(2021년)에 따른 보험부채 시가평가와 엄격한 건전성 감독기준을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솔벤시Ⅱ, ICS)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큰 무리없이 관련 제도가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부채적정성 평가(LAT)의 단계적 강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요건 완화 등 다양한 완충장치를 마련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 위원장은 "저는 보험회사 CEO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험산업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며 "보험산업은 신뢰와 혁신을 통해 우리 경제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