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BC 방송이 ‘가짜뉴스’를 보도했다고 주장하며 NBC의 TV 방송인가(라이선스) 갱신을 문제 삼겠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NBC 방송 보도가 거짓이라고 반박하며 NBC 방송에 대해 연방정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트위터에 “가짜 NBC뉴스가 내가 미국 핵 전략이‘10배’ 증강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서 “내 위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완전한 허구다. NBC나 CNN이나 똑같다(NBC=CNN!)”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NBC와 NBC네트웍스에서 모든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그들의 라이선스(방송인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국가에 해롭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NBC 저격의 발단은 이날 아침 NBC 뉴스 보도였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국방부에서 열린 안보 수뇌부 회의에서 미국 핵무기 비축량이 10배 가까이 증강되는 것을 바란다고 말해 회의에 참석했던 국가안보 팀원들을 경악시켰다고 전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1960년대 이후로 핵무기가 감소하고 있다는 보고 자료가 있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핵전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NBC는 전했다. 해당 보도 이후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NBC 보도가 완전히 거짓이라고 반박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과 관련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역겨운 언론은 쓰고 싶은 것은 뭐라도 쓸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며 NBC 방송의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에 대해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는 것이 주요 “전문 분야” 중 하나라면서 일부 언론에는 “미국인들의 적”이라는 딱지까지 붙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NBC 인가갱신 태클에 미 언론들은 반발했다. 미 언론들은 대통령이 언론사의 인가 갱신에 직접 관여한 것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당시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NBC의 방송인가 갱신을 어떤 방식으로 문제 삼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방송인가를 결정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독립연방기구로 트럼프의 이날 트윗 메시지는 TV 방송인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트럼프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