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에서 배운다] 베네수엘라·그리스 재정파탄… ‘퍼줄리즘 복지’ 쓰디쓴 敎訓

입력 2017-10-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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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석유 의존하며 선심성 복지 유가하락 직격탄… 그리스도 방만한 복지 7년째 긴축재정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복지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아동수당, 최저임금 인상 등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마켓워치는 저성장 국면에서 국가 부채로 복지 확대를 뒷받침하는 미국이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고유가 믿었다가 위기 맞은 베네수엘라=최근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민들에게 토끼를 키우라고 권고했다. 경제 위기로 인한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토끼 계획’이다. 프레디 베르날 도시농업부 장관은 “토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고단백질을 함유한 2.5킬로그램의 고기”라고 말했다.

석유 수출에 의존하며 선심성 과잉 복지를 쏟아낸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으로 경제 위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석유산업을 국유화했다. 고유가 시대였다. 차베스 정부는 국영석유공사(PDVSA)의 수익을 ‘볼리바리안 미션’이라 불리는 무상복지에 썼다. 쿠바에서 의사를 데려와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택을 건설했다. 스포츠·문화 이벤트도 벌였다. 베네수엘라는 2006년부터 재정 적자국으로 돌아섰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2013년 뇌관이 터졌다. 국제 유가가 하락한 탓이다.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96%, 재정 수입의 50%, GDP의 30%가량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 가격이 내려가자 국가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었다. 차베스 정권 당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이던 유가는 2014년 4월 배럴당 30달러까지 폭락했다. 나라 재정을 복지에 집중하느라 산업 기반을 닦아두지 않은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식량 수입은 2013년 대비 70% 감소했고 국민의 5분의 4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올해 베네수엘라 국민 평균 체중은 지난해보다 19파운드(약 8.6㎏) 줄었다. 유아사망률, 말라리아 감염률은 급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이 7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점에서 액면가 대신 지폐 무게로 값을 계산할 정도다. CNN머니는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이 100억 달러(약 11조3120억 원) 미만이며 중국, 러시아 등에 수십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버티다 못한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발생해 최근 3개월 동안 100여 명이 사망했다. 빈곤에 지친 베네수엘라인들은 브라질 등 주변 국가로 탈출에 나섰다. 지난해 2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조국을 등졌다.

◇미봉책 남발한 그리스=과잉 복지를 남발하며 재정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꼼수를 이어가던 그리스는 여전히 구제 금융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재정난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7년째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리스가 이런 신세가 된 건 방만한 복지 정책 탓이다. 그리스는 오랜 기간 공공 부문의 임금을 인상하고 높은 연금을 지급했다. 50대 중반에 은퇴하고도 임금의 80%를 연금으로 받았다. 반면 생산을 담당하는 민간 영역은 임금이 낮아 세금에 대한 저항이 컸다. 너나 할 것 없이 탈세가 관행처럼 이뤄졌다. 그리스 지하경제는 국내총생산(GDP)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히 국가 재정은 부실해졌다.

그리스 정부는 수십 년간 부채 상환을 위해 통화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방식으로 반복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왔다.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독자적인 통화정책이 불가능해졌지만 그리스 정부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은 1971~1981년 연평균 4.2%였으나 2005~2015년에는 0.02%로 급격히 하락했다. 결국 그리스는 2009년 재정위기를 맞이했다. 과잉 지출과 적은 세수가 야기한 부채 탓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해서다.

그리스는 2010년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지금까지도 재정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IMF의 지원을 받는 유일한 유로존 국가로 남아있다. 2015년 집권한 급진 좌파 ‘시리자’ 정부가 채권단의 긴축 요구와 복지 축소에 저항하는 국민의 반발 사이에서 헤매는 탓이다. 최근에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긴축에 반대하고 추가 부채 탕감을 요구하면서 채권단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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