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2018년 개최되는 러시아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면서 중계권을 가진 폭스스포츠와 월드컵 후원사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로 폭스스포츠가 광고 판매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 보도했다. 월드컵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저조할 것으로 보여 월드컵 후원사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날 미국은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북중미 지역 최종예선에서 1-2로 패하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미국의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된 것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월드컵 특수’를 노리던 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폭스스포츠는 2018년, 2022년 대회 중계권을 4억2500만 달러(약 4759억 원)에 구입했다. 이는 ESPN이 2010년, 2014년 중계권을 사들일 때 지불한 1억 달러의 4배 이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중계권 가격은 훌쩍 뛰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미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1820만 명이 시청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농구 NBA 결승전 시청자보다도 많은 수이다.
그러나 미국 대표팀이 월드컵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폭스스포츠가 광고를 판매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마케팅컨설턴트 나이젤 커리는 “낮은 시청률로 인해 광고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면 폭스스포츠는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폭스스포츠가 이미 판매한 광고 패키지에 보장된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추가 광고시간을 제공해 부족분을 보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월드컵 경기를 중계했던 ESPN은 5억2900만 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광고조사업체 켄타미디어에 따르면 당시 미국 경기의 광고 단가는 3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 아디다스 등은 월드컵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낮아질까 우려하면서도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코카콜라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미국 축구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월드컵은 150개가 넘는 시장에 도달하며 우리의 가장 유명한 자산 중 하나”라고 밝혔다. 미국 축구 대표팀의 유니폼을 공급하는 나이키는 “우리는 팀과 팬들에게 실망했다”면서도 “미국축구연맹과는 결과를 넘어선 관계를 맺고 있다”고 신뢰를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월드컵에 진출하는 많은 팀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