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탈원전 국감' 산업부 장관ㆍ야당 치열한 설전

입력 2017-10-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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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2022년까지 수요ㆍ공급 고려시 전기요금 인상요인 없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분야 국정감사'에 참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분야 국정감사'에 참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권고안 발표를 약 일주일 앞두고 야당과 정부여당이 국정감사에서 맞붙어 뜨거운 '탈(脫)원전' 찬반 논쟁을 벌였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야당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의 법적 근거와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 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지적했고, 정부는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을 근거로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여야 간 기싸움은 시작부터 거셌다. 야당 의원들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요청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문제를 제기해 감사 개시 1시간을 넘겨 질의가 시작됐다.

야당 의원들은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 비중이 줄어들면(현재 30%→2030년 18%) 추가 전력생산비용 충당을 위해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최소 20%이상 오를 것"이라면서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비용 및 요금 인상' 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15년부터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 드는 누적비용은 502조5611억 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적용하면 비용은 734조4924억원으로 46.1%(231조9312억원) 증가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11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비용이 그대로 반영되면 당장 내년부터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운규 장관은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단가 하락이 반영되지 않은 잘못된 팩트"라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관련 가격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원자력 발전원가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공개된 원전 발전원가는 사후처리 및 사회적 비용 등 외부비용이 포함되고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산업부의 '중립성'도 국감장에서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은 정부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기간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고, 백 장관은 "탈원전과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작업은 별개"라며 "산업부는 공론화 과정에서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국 원전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외국에서도 한국 원전을 최고 기술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연아 선수에게 피겨 대신 쇼트트랙을 하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 장관은 "원전에 대한 기술을 폄하한 적이 없다"며 "원전 수출에 대한 적극적인 산업부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 현장을 찾은 발전 관련 민간업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ㆍ탈석탄 정책으로 인해 피해가 현실화하자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사가 중단된 신고리 5ㆍ6호기에 주기기 공급 및 건설 시공 등을 맡고 있는 나지용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공사가 중단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약 3개월간 400억 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당초 공사에 투입됐던 인원들은 현재 재택근무 또는 내부 교육을 받으며 대기 중에 있으며 관련 비용 역시 일단 두산중공업이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향후 신규 원전 건설이 없고, 당장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전문인력 및 기술 유지가 가능하냐"고 묻자 나 부회장은 "국내에서는 건설이 어려울 것이고, 해외 수출 기회를 노려야하는데 이마저 되지 않을 경우 전문인력과 기술 모두 사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신고리 건설 중단으로) 우리 협력사들이 부품 조달을 못하면 그 부분에 대해 수입국이 우려를 표할 수 있다"며 "국내 건설을 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신뢰도 측면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던 포스코에너지 역시 정부의 LNG발전 전환 추진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윤동준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삼척화력발전의 LNG(액화천연가스) 전환과 관련해 발전소 건설은 '민간사업'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 업체들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이미 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상태인데 연료 전환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떠안아야하는 상황이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LNG전환으로의 압박이 있었냐' 묻자 백 장관은 "연료전환은 사업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으로 압박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임시 중단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백 장관은 "신고리 건설 중단은 전적으로 한수원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고, 산업부가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은 최고 의결 기구인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신고리 공론화위원회도 국무총리 훈령에 의해 만들어졌으니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맞섰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형 원전(APR1400)을 수출할 때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 지를 둘러싸고 한전ㆍ한수원과 산업부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APR1400은 100% 기술 자립이 완료돼 해외 수출시 미국의 동의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면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산업부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문신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직무대리)은 "기술자립이 됐어도 미국의 기술ㆍ부품이 쓰이거나 미국-사우디 간 원자력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미국의 수출입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백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거센 공세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전 발전 설비가 1.1%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은 탈원전 추세"라며 "우리도 그런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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