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국제기구와 갈등 본격화…IMF·WB 공격하고 유네스코 탈퇴 선언도

입력 2017-10-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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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기구들과 전면전에 나섰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을 향해 날을 세워온 트럼프 정부는 급기야 12일(현지시간) 유네스코(UNESCO) 탈퇴를 선언했다.

최근 IMF는 미국의 부채 수준과 감세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은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IMF는 우리의 세제 개혁안이 잘 안 될 것이라는 쪽에 크게 베팅했다”고 비아냥거렸다. IMF의 우려가 기우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멀베이니 국장은 “IMF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IMF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를 향해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경고장을 날리자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WB와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김용 WB 총재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자본 확충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총재는 “우리가 중국과 협력해 일하는 것은 양쪽 모두의 발전뿐 아니라 중국을 보고 배우는 신흥국들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김 총재가 주장하는 개도국의 추가 재정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대규모로 은행 대출을 하는 중국에 대해 대출 규정을 전면 재정비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김 총재의 태도에 대놓고 반발하면서 13~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서 충돌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결정적으로 12일 미국이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UNESCO)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해 트럼프와 국제기구 간 갈등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과 유네스코의 반(反)이스라엘 편향을 탈퇴 이유로 꼽았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인 1984년 미국은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2003년 조지 W.부시 행정부 때 재가입했다. 이후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정회원으로 승인하자 미국은 분담금 납부를 중단했는데, 이것이 체납금으로 전환돼 그 금액이 5억 달러(약 5660억 원)를 넘어섰다. BBC의 조나탄 마커스 특파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네스코를 싫어하는 이유는 다자주의 때문”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온 트럼프는 다자간 조직을 향해 전면적인 적대감을 표명해왔다”고 진단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깊은 유감”이라며 “이것은 유네스코 조직과 미국, 양측에 큰 손실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적으로 갈등이 극심한 이때 미국이 평화를 독려하는 유네스코를 탈퇴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다자주의가 타격을 입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탈퇴를 발표하고 몇 시간 뒤 이스라엘도 탈퇴를 선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탈퇴는 용기 있고 도덕적인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지난 7월 유네스코가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유산으로 등록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는 대놓고 이를 비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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