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점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을 발표한 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의 저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는 영화화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남아 있는 나날’은 부커상을 받으며 주목받았고, 영어판만으로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됐으며 20여 개국에서 출간됐다.
영국 귀족의 장원을 자신의 세상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한 남자 스티븐스의 인생과, 그의 시선을 통해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작가 특유의 문체로 풀어낸 작품이다. 1993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된 이 소설은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스티븐스와 켄턴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나를 보내지 마’는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돼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렸다. 이시구로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2010년 마크 로마넥 감독에 의해 ‘네버 렛 미 고(Never let me go)’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이런 대중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이번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두 작품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일주일(12일 오전 9시 기준) 만에 2768권이 판매되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를 보내지 마’는 같은 기간 2498권 판매되며 종합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이시구로의 저서는 같은 기간 총 6641권 판매되며 수상 전 일주일(6권)보다 판매량이 1107배 늘었다.
교보문고 역시 이시구로의 저서 일 평균 판매량이 노벨문학상 수상 전 1∼2권에 불과했으나 수상 이후 총 4249권(12일 오전 11시 기준)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도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도서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 판매량보다 151.2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수상 이후 이시구로의 도서 총 판매량(10일 오후 3시 기준)은 3491권이다. 알라딘에서도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알라딘 측은 1998년 오픈 이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가장 단기간 내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서점가에 영향을 끼친 것은 노벨문학상뿐만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세일러 교수의 저서 ‘넛지’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이 서점가에 훈풍을 불게 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세일러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 그의 저서는 총 1258권(12일 오전 11시 기준)이 판매되며 수상 직전 일주일(20권)에 비해 판매량이 63배 상승했다. 이 중 대표작 ‘넛지’ 판매량이 총 980권으로 전체의 77.9%를 차지한다.
교보문고에선 같은 기간 ‘넛지’를 비롯해 세일러 교수의 저서가 수상 직후 총 754권 판매됐다.
‘넛지’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으로,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을 뜻한다.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세일러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의 힘을 강조한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의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갖가지 편견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을 연구해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다양한 예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