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가입과 휴대전화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데다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긍정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과기정통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통신비 인하와 휴대전화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찬성한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단말기와 통신비가 분리되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다른 생태계들도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이 완전자급제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은 있지만 공식석상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시장 가입자가 50%에 육박하는 1위 사업자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르면 이달 중 통신사·소비자단체와 관련 전문가·협회 관계자 등 15명 안팎으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토록 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완전자급제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이 11일 발표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소비자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20대 이상 일반 국민 1000명 중 55.9%가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찬성’, 10.4%가 ‘반대’ 했다. 33.7%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자급제를 찬성하는 이들(559명)의 찬성 이유로는 ‘복잡한 통신요금 구조에 대한 불신’(47.2%)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통신요금 인하 기대’가 35.1%로 뒤를 이었다.
현재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에서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야당인 김성태(자유한국당) 의원이 관련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여당인 박홍근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