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로 영국에서 금융업, 농업 등이 전방위적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부동산 업계는 오히려 활황을 맞았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둘러싼 기대감이 요인이라고 11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아파트 개발업체인 노스에이커는 지난주 런던에서 새 아파트 개발에 들어갔다. 이들이 개발에 착수한 아파트는 285가구가 들어가는 호화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최저가가 200만 파운드(약 30억 원)부터 시작한다. 노스에이커는 지난주부터 버킹엄 궁전 건너편에 72가구가 들어가는 고급 아파트 개발에도 착수했다. 노스에이커의 니콜 바라티에리 디 산 피에트로 최고경영자(CEO) “72가구 중 이미 팔린 52가구에서 절반은 매입자가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피에트로 CEO는 “특히 중동 부호들은 런던을 좋아한다”며 “중동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가 그곳에서 자라면서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에 있는 고급 주택 중 80%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입한다”고 밝혔다. 피에트로 CEO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고 나서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진 게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작년 6월 브렉시트 투표 이후 현재까지 파운드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12% 하락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회사인 JLL는 작년 런던 부동산에 중동 투자자들이 투자한 규모가 약 6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JLL의 윌 맥킨토시 전문가는 “지금 런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사람들은 ‘런던은 런던’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에서는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지만, IT 산업은 건재할 것이고 IT 기업들이 사무실을 개설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브렉시트 투표 이후 스냅챗, 구글 등 미국의 IT 기업들이 런던에 사무실 개설을 발표했다. 맥킨토시는 “투자자들은 브렉시트가 단기적인 영향만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이들은 적어도 3~5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하락한 런던의 부동산 가격을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주택 가격 제공업체인 네이션와이드에 따르면 런던의 주택 가격은 지난달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하락했다. 이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인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한 첫 번째 사례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인 도시에서 평균 주택 가격은 56% 올랐다.
영국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는 올해 3분기 런던의 주요 주택 시장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하락했다고 밝혔다. 현재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 2014년 당시보다 8%가량 낮다. 같은 기간 200만 파운드를 웃도는 호화 부동산 가격은 12.5% 떨어졌다. 그러나 세빌스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2022년까지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20%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