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미 사퇴한 가운데, 삼성을 이끌 회장과 부회장은 없다. 연 매출 200조 원 이상의 글로벌 거대 기업의 수장이 없다는 건 치명적이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담당 수장도 서둘러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정체돼 있던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서둘러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삼성 및 재계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에 인사 쇄신 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소폭으로 진행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했지만 2014년이나 2015년에도 큰 폭의 인사는 없었다. 지난해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며 사장단 인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제대로 된 사장단 인사가 없었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변화 속도가 빠른 IT 업계에서 3년이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새로운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 안팎에서는 권 부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전면적 인사 쇄신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 그룹 전체 사장단 인사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 2심 재판이 12일 시작됐지만, 주요 의사결정을 더는 늦추기는 어렵다는 게 삼성 내부의 판단이다.
최근 삼성전자 인사팀은 이르면 다음 달 임원 인사를 내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도 진행 중이다. 일단 권오현 부회장이 빠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자리를 채워야 한다. 권 부회장은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 결심을 전하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 부회장은 내년 3월까지 이사회 의장 임기는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 6개월 가까이 시간이 남은 만큼 후임 이사회 의장 논의는 신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권 부회장과 함께 전문경영인 3인 체제를 구축해온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신종균 IM(ITㆍ모바일) 부문장 등이 거론되다. 재계 일각에선 그러나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역시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동반 사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연말 삼성전자에는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