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시장에서 IT 기업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은행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제스 스테일리 바클레이 CEO는 은행 관계자들과의 토론에서 “은행들은 아마존, 애플과 같은 IT 기업으로부터 지급결제사업을 방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 중 진행된 토론에서 스테일리 CEO는 “모든 은행들은 결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15년간 금융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제 시장에서 은행의 장점으로 보안성을 꼽았다. 반면 IT 기업에 대해서는 당국의 보안 규정이 느슨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더 많은 기업이 결제 시장에서 경쟁함에 따라 규제 기관은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기관은 누가 정보에 접근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금융업 관계자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니엘 핀토 JP모건체이스 사장은 “은행 업계가 정보 공유에 있어 더 나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사이버 보안에 있어서 글로벌 표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도 “금융업계는 범죄를 막고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규제 기관이 핀테크 기업에 은행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IT·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 기업이 결제시장에서 크게 성장함에 따라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제시장 1위 기업 페이팔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830억 달러(약 93조5908억 원)로 2년 전의 2배에 이른다. 시가총액으로는 신용카드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뛰어넘었다. 애플과 아마존도 결제 시스템 애플 페이와 아마존 페이먼트의 온라인·오프라인 사용처를 늘리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CBS는 지난해 1억7900만 명이 페이팔을 이용했으며 3300만 명이 아마존 페이먼트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페이팔은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출신의 월스트리트 거물을 영입하려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