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발생해 아직도 불길이 잡히지 않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로 5700여 채의 건물이 소실되고 약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캘리포니아에 대규모 주택 부족 현상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주택 부족이 심각한 캘리포니아 지역에 산불로 인해 주거 문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에서 8일 시작된 불길은 소방인력 1만1000명이 투입됐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CNN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40명이 사망했으며 21만7000에이커(약 878㎢)가 불탔다.
NYT는 산불 이전에도 주택 부족이 심각했던 캘리포니아의 문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한 이재민은 10만여 명에 달하며 소실된 주택은 5700여 채에 이른다. 이재민 대부분은 급하게 대피해 옷, 여권 등 간단한 소지품만 챙긴 채 집을 잃었다.
화재로 집을 잃은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주민 매트 파크는 “딸의 유치원에 속한 아이들의 절반 정도가 현재 집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은 친구 집에 머물거나 모텔 등 숙박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부는 산타로사에서 70마일(약 112㎞) 떨어진 오클랜드나 샌프란시스코 등 타지역으로 대피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거 문제는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는 화재 전부터 주택 문제를 겪고 있었다. 새로운 주택 개발을 저해하는 엄격한 환경 규제와 지방 정부의 정치 기조 탓에 주택 건설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까지 5년 동안 캘리포니아주에서 54만4000가구가 증가했으나 주택은 46만7000채 늘어나는데 그쳤다. 향후 10년간 주택 부족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재 피해가 심각한 나파밸리와 소노마 카운티는 인구 수 유지를 위해 주택 수요의 절반가량만 건설해왔다. 부동산업체 빌드줌의 이시 로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나파밸리와 소노마 카운티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언급했다.
이에 당국은 긴급히 대처에 나섰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법규를 완화하고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15개 법안에 서명했다. 스콧 비너 캘리포니아주의회 상원의원은 “주민들의 재건을 가능한 한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심각한 주택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