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는 ‘적폐 청산과 정치보복 프레임’이 얽히면서 박근혜 정부를 필두로 노무현·이명박 정부 등 과거사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국감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집중 추궁한 현재 여당은 적폐 청산 기치를 이명박 정부로 확대했고, 보수야당은 정부 여당을 견제할 만한 소재가 마땅치 않자, 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지명하고 맞불 작전을 펼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법정발언은 이날 법무부 국감을 막가파식 정쟁몰이로 전락시켰다. 여당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반면 박 전 대통령에게 고마운 줄 알라고 맞받는 등 오전부터 이어진 신경전은 결국 반말이 오가는 말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세월호 최초 보고시점 조작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전면 재수사 요구에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 의혹을 내세워 공방전을 펼쳤다.
이처럼 적폐청산 작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자 검찰은 지난 10여 년간 제기됐던 정치권 관련 각종 의혹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이 일선 부서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사건들에는 3명의 전직 대통령 이름이 직·간접적으로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보고일지를 조작하고 위기관리지침도 불법 변경했다는 의혹은 전국 특별수사 선임 부서인 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앞서 청와대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신인호 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문서 훼손,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의뢰 했다. 만일 조작과정에 박 전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압박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검찰은 옵셔널캐피탈 대표 장모씨가 이 전 대통령과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13일 고발한 사건을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관련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10년전 BBK 사건까지 추가됐다.
한편 자유한국당이 2009년 옛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64억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등을 고발한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박지영)에 배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