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계좌 실명 전환을 둘러싼 진실과 오해

입력 2017-10-17 09:23 수정 2017-10-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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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해소 방식을 둘러산 논란이 일면서 차명계좌, 소위 대포통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은 일명 ‘이건희 차명계좌’ 1000여개를 찾아냈다. 16일 국감 장에서 문제를 제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이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지 않고 계좌 해지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인출한 것이 위법이며 이를 금융위가 방조해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위원회와 삼성은 모든 차명계좌가 실명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모든 차명이 실명전환 대상? = 현행 금융실명법 제3조는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지명의에 대해서는 제2조에서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으로 정의한다. 실제 존재하는 주민등록표상 명의로 된 계좌라면 자금의 출처가 해당 계좌주가 아닌 ‘차명’이라도 실명전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가짜이름을 대거나 없는 사람(허무인)의 명의를 댈 경우에만 위법인 것이다.

현재 차명거래와 관련해 인용되는 2009년 3월 대법원의 최종 판례에서도 다수의견이 “차명거래가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건희 차명계좌가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2009년 말 경제개혁연대가 금융위에 대해 이건희 차명 주식의 실명전환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과징금 징수 여부를 묻자 금융위는 위의 판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금융위는 경제개혁연대에 보낸 회신문에 “가명이나 허무인 명의가 아닌 주민등록표상의 실명으로 개설된 계좌는 실명전환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다만, CJ그룹 불법 차명계좌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비리, 대포통장 등 금융실명제 무용론이 커지자 2014년 말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으로 ‘합의된 차명거래’도 금지됐다. 이에 현행법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를 지키기 위한 명의 분산 예금, 동창회 등 친목모임의 차명계좌와 같은 ‘선의의 거래’를 제외한 모든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 차명계좌 실명법 위반 논란은 이런 법 개정 전의 일이다.

◇ 차명계좌 세금은 안 내도 되는건가? = 법률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이건희 차명계좌의 해소 방식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부문 전문 변호사는 “금융실명거래법 자체가 비실명거래를 해결하기 위한 법인데 차명계좌를 해소한데 대해 법률 위반으로 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용진 의원은 2009년 최종 판결이 있기 전 2008년에 삼성의 차명계좌가 실명전환이 아닌 방식으로 해소된 데 문제를 제기한다. 그전까지 차명계좌에 대해 대법원은 1998년 민사판결에서 사실상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 의무를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 사실을 2008년 펴낸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도 기재하고 있다. 삼성의 차명계좌 해소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2008년 당시 금융위가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997년 전원합의체 형사판결에서는 차명계좌가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두 개의 판결 가운데 굳이 한쪽의 근거만 든 데 대해서는 속시원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실명전환을 할 경우 과징금이 부과되고 미납된 세금이 원천징수되는 데 삼성이 이를 회피하는 꼼수를 쓴 데 괘씸한 부분은 있지만 현행법상 제재는 어려워 보인다”며 “오히려 세법상 추징 가능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유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명계좌 실명전환의 법 위반 여부와 세금 징수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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