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사태 1년] 철퇴 빗겨간 한미약품…개미들만 ‘피눈물’

입력 2017-10-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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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늑장공시 방조’ 입증 어려워 손배소 승소 난관

한미약품 사태 1년이 지났지만 소액주주들의 가슴앓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회사와 소송전을 펼치고 있지만, 현행 법률상 한미약품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 소액주주 202명은 지난해 10월 한미약품을 상대로 늑장 공시 때문에 투자 손실을 봤다며 총 24억6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어 12월에는 소액주주 127명이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2차 소송을 합한 소송가액은 약 4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 3월 진행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에서 한미약품 측은 공시 규정을 준수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당시 한미약품 측 대리인은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이 최종 해지된 것은 지난해 9월 29일 밤 7시 6분”이라며 “규정에 따르면 공시는 다음날인 30일 오후 6시까지만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자율공시 대상은 사유발생일 다음날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이 때문에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기업에는 불공정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한미약품이 손해배상을 거부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회사의 직원이 위법행위를 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54조에는 금융투자업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같은 법 제174조에서도 미공개 중요 정보를 특정 증권의 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이를 위반한 자는 증권 매매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한미약품 사태를 조사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2월 미공개 정보 유출 사건 혐의자 45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한미약품의 계약 파기 정보를 공시 전에 미리 획득해 주식을 팔고 지인들에게 정보를 유포해 총 33억 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 중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상무 황모 씨(49)는 지난 5월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황 씨로부터 계약 파기에 대한 미공개 정보를 전달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보령제약 법무팀 이사 김모 씨(53)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4억 원이 선고됐다. 현재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6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법인에는 퇴로가 존재한다. 같은 법 제448조에 따라 직원의 위법행위가 있을 때 그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법인이 그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 처벌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한미약품이 금융위의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도 금융위가 한미약품의 방조 행위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불법 공매도 세력을 밝히지 못한 점도 오점으로 남았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한 불법 공매도 세력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직원은 2차 이상 정보 수령자로 분류돼 입건 대상자가 아니며, 그들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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