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총선거전이 시작된 이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9월 28일 임시국회 모두(冒頭)에서 중의원을 해산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해산·총선거의 이유로 “2년 후인 2019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증세 증가분의 주요 용도를 국가의 빚 상환에서 유아교육 무상화 등에 변경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에 해산·총선거로 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민당 국회의원조차도 “그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는 얘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총리의 해산권 남용”, “해산의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없다”, “아베 총리가 자신이 연루된 모리토모·가케학원 스캔들을 덮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 등 강하게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 민진당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9월 28일 아베 총리의 해산·총선거라는 승부수에 맞설 목적으로 민진당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민진당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에 합류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의 탈당이 많았던 민진당을 마에하라 대표가 해체해 버렸다.
그러나 민진당 내에서는 진보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민진당 간사장을 내세워 ‘희망의 당’행을 거부하면서 입헌민주당을 창당했다. 현재 선거전에서 입헌민주당이 약진하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에다노 입헌민주당 대표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편 여당 측은 8월 3일 개각을 했고 한때 내각지지율이 40%대를 회복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아베 총리는 해산을 선언한 것이다. 아베 총리 자신이 내년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을 달성하기 위해 총선거에서 승리하여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겠다는 뜻으로 판단된다.
일본TV와 요미우리신문이 10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서 선거공시 직후 최초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자민당이 단독으로 중의원 과반수 233석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의원 선거는 지역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으로 총 465석을 놓고 선거전을 벌인다. 이번 여론조사는 모든 소선거구에서 실시되었고, 약 7만8000명으로부터 회답을 얻은 광범위한 조사였다.
그 결과 자민당은 현 단계에서 소선거구, 비례대표 모두 우세하게 선거전을 벌이고 있고, 공시 전의 284석을 밑돌아도 단독으로 과반수 233석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공명당도 공시 전의 34석에 육박하는 기세로 견고하게 선거전을 벌이고 있어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아베 총리가 승패라인으로 내세운 과반수를 훨씬 웃도는 300석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희망의 당’은 고이케 대표가 지사라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한다는 점이나 당이 내세운 정책들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워 예상외로 고전하고 있다. ‘희망의 당’은 합류한 민진당 의원까지 합해서 공시 전의 57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묘한 정세이다. 고이케 대표가 당초 내세운 정권 교체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한편 입헌민주당은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어 공시 전의 15석에서 크게 의석을 늘려 40석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야당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 무소속 후보자들은 20석 이상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 중의 하나인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세력으로는 ‘희망의 당’, ‘일본유신회’, ‘일본의 마음’ 등이 있어 그들의 의석 수를 여당과 합치면 헌법 개정을 국회에서 발의하는 데 필요한 310석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그런데 여당에 대한 지지는 높지만,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그렇지 않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가 49.2%로, 48.7%인 ‘지지한다’를 웃돌았다. 선거로 연립여당이 이겨도 아베 신조가 다시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