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된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가 해외 출장을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IT(정보통신), 이동통신사 대표들처럼 국감을 피하려는 ‘도피성 해외출장’이 아니냐는 시선이 따갑다.
17일 기재위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해외 세율에 관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에서 정 대표를 20일 국감 증인으로 합의 채택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국감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재위 관계자들은 “정 대표가 증인 출석 요구서를 받기 전인 11일에 미국 출장을 떠났다고 한다”며 “여차하면 종합감사 때라도 부르려 했지만 종감이 끝난 뒤인 11월 초에나 돌아올 것이라 들었다”고 전했다.
기재위에선 정 대표가 국감 증인 출석을 피하고자 ‘도피성 해외출장’을 떠났다고 의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던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 KT 황창규 회장과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처럼 국감을 앞두고 ‘급조된 출장’을 떠나고선 대리인을 출석시키려는 꼼수란 시선이다. 다만 기재위 한 관계자는 “20일에서 역산해 일주일 전에 받도록 출석 요구서를 보냈어야 하는데 하루 이틀 늦었을 것”이라면서 “출석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재위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정치 세무조사’를 문제 삼아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배우 문성근 씨 그리고 다음기획 김영준 전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공격하고자 청와대 경제참모 출석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및 바른정당과 맞붙으면서 여야는 증인 협상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먼저 민주당이 요구한 안 전 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정치적 세무조사가 최소 수백 건은 될 것”이라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수사의 단초로 꼽히는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정치 세무조사’로 규정한 인사다. 앞서 2012년 국세청 국감 당시 야당 의원들이 그를 국감장으로 데려오려다 국세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력이 있다.
안 전 청장이 국세청의 ‘정치 세무조사’를 주장한 내부 인물이라면, 문성근 씨와 김영준 전 대표는 ‘정치 세무조사’의 피해자 격이다. 최근 문 씨는 참여정부 때 자신을 출연시킨 드라마와 영화 관련 회사들이 모두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김 전 대표가 속했던 다음기획은 국가정보원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방송인 김제동 씨와 가수 윤도현 씨의 소속사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세무당국의 ‘적폐’를 파헤치려는 여당에 맞서,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신적폐로 벼르며 책임자들을 부르겠다는 태세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홍장표 경제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수현 사회수석까지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부각하는 동시에 기준금리 개입 발언 논란, 8·2 부동산대책의 부작용 등을 따지겠다는 의도다. 국민의당의 경우 별도 증인을 신청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