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 유족이 사건을 고발한 지 약 700일 만에 사망 원인을 경찰의 '직사 살수'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당시 경찰의 시위대 강경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해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다만, 상부의 진압 지시가 무리한 살수 작전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해 구은수 전 서울청장, 신윤균 전 서울청 4기동 단장과 진압용 살수차(일명 물대포) 탑승 요원 등 경찰관 등 4명에 대해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백남기 농민을 향해 직사 살수를 통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은수 전 서울청장, 신윤균 전 서울청 4기동 단장, 살수차 운전 요원 2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갑호비상령’ 내린 강신명 전 청장, 불기소 처분 논란 =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인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고, 다음 해 9월 25일 사망했다. 이후 백씨의 유족과 농민단체 등은 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관 7명을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당시 백남기 농민이 숨지기 전이라 살인이 아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은 살수차 운용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살수 요원이던 경장 2명은 살수차 점검 소홀 및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살수차 운용과 관련해 직접 지휘·감독 책임이 없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경비 대책 문건에 집회 관리 최종 책임자가 구은수 전 서울청장으로 명시된 점, 무전 상황 등에 당시 서울청장의 지시 등이 드러난 점 등을 고려해 구 전 청장에게까지 사망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 “경찰청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경비와 관련이 없어 현장 지휘관, 살수 요원 등을 지휘ㆍ감독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한 직사살수에 대한 지휘 감독 상의 과실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신명 전 청장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신명 전 청장은 최고 단계 비상령인 갑호비상령을 내리는 등 정책적 결정 당사자다. 강신명 전 청장과 구은수 전 청장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연이어 청와대에서 집회·시위 대응을 총괄하는 사회안전비서관을 맡은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강신명 전 청장의 지휘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수차 수압 조절기 고장…백씨 사인 '30초 직사살수' 확인 = 검찰은 앞서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뀐 서울대병원의 새 사망진단서를 확보해 분석한 뒤 백 씨가 외인사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수사했다.
이에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일 경찰 살수차가 고 백남기 농민의 머리에 2800rpm의 수압으로 13초가량 직사살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씨가 넘어져 두개골 골절을 입은 후에도 다시 17초 가량 직사살수를 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날 경찰 수뇌부는 위법한 살수 행위가 당일 집회 현장에서 지속되는데도 참가자들의 머리를 겨냥하지 않도록 지휘하지 않은 채 계속적인 살수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당시 살수차 '충남9호'는 살수포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조이스틱과 수압을 3000rpm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제어하는 장치가 고장 나 있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다만 당시 백씨에게 제한 대상인 3000rpm 이상의 강한 물줄기가 발사됐는지는 증거가 부족해 판단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의 살수 행위와 관련해 운용지침(가슴 윗부분 직사 금지) 위반과 그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 공권력의 남용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