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일자리정책] 중기 “구직자 눈높이 맞추기 힘들어”… 구인난

입력 2017-10-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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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반도체 부품업체의 A상무는“대졸 초봉 2850만원에 새로 지은 3인 1실 기숙사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 중 괜찮은 조건인데도 뽑고 나면 1~2주일 만에 상당수가 퇴사한다”며“차를 타고 한참 나가야 오락ㆍ유흥시설이 있다 보니 젊은이들이 여가를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해 오지 않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기계장비업체는 공장이라기보다 미술관 수준의 깔끔하고 세련된 사옥을 자랑한다. K전무는 “사옥에는 스크린골프장, 풋살장, 헬스장이 마련돼 있고 입사 때 원하는 부서 지원도 가능하지만 채용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아무래도 지방 공단이라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점이 구직자들의 불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일자리박람회에서 만난 20대 취업 준비생 B씨는 “무역과 유통 쪽 취업을 원하는데 야근이 많아도 일을 배울 수 있고 초봉이 높다면 상관없다”면서 “중소·중견기업이라도 연봉 4000만원은 된다면 입사하겠는데 오늘 부스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임금이 낮아 아쉽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률은 높지만 중소기업들은 청년 채용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청년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기숙사를 짓고, 연봉을 올리고 있지만 중소ㆍ중견기업이 청년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과 청년 구직자의 시각차를 좁히고 중소기업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매년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청년친화 강소기업’을 선정하고 선정된 기업에 혜택을 주는 유인책을 쓰고 있다. 임금체불, 산재이력 등을 고려하고 신입사원 월평균 통상임금 200만 원 이상, 주중 야근 2일 이하 또는 주말 근무 월 1회 이하, 휴가비·생활안정·자기계발·여가활동 지원 등 4개 이상 복지제도 운용 등의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평균적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청년친화’ 기준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이원섭 중소기업중앙회 일자리TF팀장은 “ 청년친화 강소기업, 으뜸기업 등정부가 제시한 중소기업의 일자리 기준이 너무 높아 40만 개 중소 제조기업 가운데 이를 맞출만한 곳은 10% 남짓인 것이 현실”이라며 "중앙회에서는 좀더 현실적인 기준에 맞춰 10월 중에 '중소기업 표준모델'을 만들고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중소 제조기업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채용정보사이트에서 8월 한달동안 올라온 수원 지역 중소기업 채용 정보 4300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임금은 180만원, 중위임금 166만원이었다. 월 임금 200만원 미만의 일자리가 80%를 차지한다. 신입보다 경력자를 원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신입직원 채용비율은 19%, 경력무관 채용은 43.5%, 경력직원(경력 기준 2.7년) 채용은 37.5%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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