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붉은 불개미 차단 협상이 필요한 때

입력 2017-10-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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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중국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 강화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월 31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만난 한·중·일 환경부 장관들은 붉은 불개미 유입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기 위한 한·중·일 붉은 불개미 전문가 그룹을 결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 불개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100대 침입외래종’에 속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붉은 불개미가 중남미로부터 들어온 지 100년이 넘은 미국에선 해마다 8조26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텍사스에서만 붉은 불개미 때문에 연간 1조3760억 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붉은 불개미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공할 만한 수준이다. 붉은 불개미가 영하 9℃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온난화가 진행 중인 한반도 남서부에 정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붉은 붉개미가 서식하는 26개국에서 수입되는 목재류, 짚·건초류, 화훼·묘목류, 코코넛껍질 등 붉은 불개미 운반 우려 농림산물의 수입실적을 비교·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불개미가 들어올 확률은 35%로 나타났다. 묘하게도 올 9월 부산 감만항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는 미국산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피해 사례를 미뤄 볼 때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붉은 불개미는 쌀, 밀보다는 콩, 옥수수를 비롯해 감귤, 복숭아, 포도, 블루베리, 고구마, 감자, 오이, 가지, 양배추 등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붉은 불개미는 병아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잡아먹기까지 한다. 큰 닭을 집중 공격해서 피부에 상처를 남기는가 하면, 금이 간 계란에 구멍을 뚫어 노른자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또 건초더미를 통해 이동해 송아지와 사슴새끼의 눈을 쏘거나 물어서 실명시킨 후 죽이기까지도 한다. 붉은 불개미는 특히 진드기와 함께 살충제 계란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붉은 불개미는 2평당 1개꼴로 높이 45~60cm에 달하는 흙더미를 만든다. 이로 인해 농가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농작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6년 텍사스A&M 대학은 텍사스주 농촌의 연간 피해 규모를 6년 전보다 2.6배 늘어난 2710억 원으로 추산했다.

붉은 불개미를 막기 위해선 국가 예산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미국 농무부는 붉은 불개미 피해를 막기 위한 통합해충관리프로그램(IPM)을 설계하고 비화학요법과 화학요법의 병행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에선 붉은 불개미 박멸을 위해 국가 예산 3000억 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1958년 붉은 불개미가 전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붉은 불개미 격리제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아칸소,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등 붉은 불개미 서식지인 남동부 14개 주에서 건초류, 잔디, 화훼, 묘목류, 흙 등의 이동을 규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남동부의 중심에는 뉴올리언스항이 위치해 있다. 이곳을 통해 목재류, 옥수수, 대두, 건초 등 붉은 불개미가 옮겨 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농림산물이 대량으로 넘어오고 있다.

올 5월 중국에서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유채가 수입되는 일이 벌어지자 문재인 정부는 중국 정부와 협의해 9월 14일부터 중국산 유채씨앗을 수입하려면 중국 정부가 발행한 Non-LMO 확인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붉은 불개미의 한국 상륙은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격리제를 통해 붉은 불개미가 서식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붉은 불개미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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