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솔루션 제공에 자신 있는 삼성전자가 향후 IoT(사물인터넷) 시장서 대규모 혁명을 주도할 것입니다.”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부사장)이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IoT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에 대해 밝힌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IoT 관련 글로벌 시장은 2014년 6558억 달러에서 2020년 1조7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기반의 빅스비를 기초해 IoT 사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플랫폼으로 모든 제품을 연결하는 IoT 핵심 서비스다. 애플의 시리, 구글의 어시스턴트,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자체 AI서비스가 상당 수준에 오른 시점에 삼성전자 빅스비는 다소 늦은 출발을 했다.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S8을 통해 빅스비를 처음 선보였지만 아직 기대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출시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보 검색이나 음성인식 오류가 잦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영어 버전도 두 달가량 연기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빅스비 총괄 책임자로 최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소속 정의석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변화를 주고있다. 에릭슨 출신인 정 부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구소에 있다가 2015년부터 SRA ‘모바일 플랫폼 & 솔루션 랩’을 맡아왔다. 삼성전자는 정 부사장 투입을 통해 빅스비 기술력 보강에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이다.
빅스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7(SDC 2017)’에서 빅스비 2.0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빅스비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은 빅스비 1.0의 오류를 개선한 빅스비 2.0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빅스비 2.0은 외부 개발자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빅스비 1.0이 스마트폰 기능 제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빅스비 2.0은 서드 파티 서비스와 제품제어까지 확장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지난해 10월 인수한 비브랩스 기술이 적용되면 훨씬 정교한 AI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대규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개방형 커넥티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기의 종류,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연결된 모든 제품을 하나의 통합 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오픈 플랫폼 전략과 함께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IoT 생태계 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비롯해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 집안 가전제품을 컨트롤하는 커넥트, 모바일 페이먼트 서비스 삼성 페이 등을 통해 기기 간 경계를 허물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수년 전부터 스마트싱스, 조이언트, 비브랩스, 하만 등 IoT 기술 선도기업도 사들였다.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AI플랫폼 카카오 I(아이)를 삼성전자 생활 가전제품에 연동해 스마트 가전 서비스를 함께 구현하는 것을 골자로한 업무 협약을 카카오와 체결했다. 카카오의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음성 엔진, 대화 엔진(챗봇) 기술을 삼성전자 가전제품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탑재해 가정용 사물인터넷인 스마트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모든 가전제품을 하나의 플랫폼에 연결해 음성 명령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기술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 가전은 패밀리 허브 냉장고다. 이 냉장고는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음성인식 기반 AI 기능을 갖췄고, 주방에서 허브역할을 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특히 패밀리허브 2.0은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빅스비의 특징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기온에 따라 냉장실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거나 메뉴와 요리법을 추천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TV에도 빅스비를 적용할 계획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은 지난 3월 “앞으로 빅스비는 QLED TV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중심이 되는 위치에 음성 명령으로 모든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허브 제품이 필수다. 이 때문에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업체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음성인식 스피커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2018년 하만과 빅스비를 지원하는 차세대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