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빅스비, 집도착”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풀면 자동으로 설정에서 와이파이창이 열리며 홈네트워크에 접속한다. 이후 블루투스가 활성화되고 사운드바와 연결된다. 삼성뮤직에서 라라랜드 OST ‘City of star’가 흘러 나온다. 이 모든 귀찮은 작업은 빅스비에게 ‘집도착’이라는 한번의 명령으로 척척 진행된다. ‘마이 빅스비’ 설정에서 단축 명령어를 설정한 덕분이다.
기자는 지난 9일 갤럭시노트8 개통 후 매일 삼성전자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사용 중이다. 괴롭힌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딥러닝을 하는 AI의 특성상 그냥 두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머물러 있게 된다. 계속 대화를 하고 명령을 시켜서 더 똑똑한 빅스비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2일까지 진행되는 빅스비 레벨업 이벤트도 이런 욕구에 불을 질렀다. 빅스비가 레벨업할 때 마다 삼성 리워드 포인트를 증정하는데, 이 포인트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하다.
8일 가까이 매일 사용했더니 순위도 계속 오른다. 많은 사람이 빅스비를 많이 활용하지 않구나를 알려주는 지표다. 첫날에 상위 리더보드 30만 등에 들더니 17일 기준 8613위다. 빅스비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히는게 바로 사용자 스스로 교육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들도 있지만, 이왕 사용한다면 똑똑한 비서를 두고 싶은 마음에 기자는 도전중이다.
일반적인 대화도 진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빅스비에게 “노래해줘”라고 했을 때 처음엔 “노래는 못하지만 좋은 노래를 알고 있어요”라며 음악 스트리밍 앱에서 최신곡을 추천해준다. 하지만 랩과 비트박스를 주기적으로 시킨 후에 “노래해줘”라고 하니 “노래보다 비트박스에 자신이 있어요”라고 진화된 답변을 내놓는다. 빅스비는 몇 종류의 랩을 하는데, 들을때 마다 개발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라면을 끓일 때 타이머 설정하는 것도 편하다.
'리마인더' 기능은 요즘 들어 부쩍 깜빡하는 일이 잦은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빅스비에게 “리마인더에서 내일 아침 공시 당번이라고 알려줘”라고 부탁하면 다음날 아침 9시에 알림을 준다. 기업의 실적 시즌이 다가오는데 캘린더에 하나하나 적지 않고 리마인더앱을 이용해 알림을 받을 예정이다.
카메라앱에서 ‘빅스비 비전’으로 물건을 찍은 후 상점과 연결하면 비슷한 부류의 제품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유용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식률이 낮다. Y사의 블랙 쿠션팩트를 찍어 검색을 했더니 동그랗다는 이유로 회전원판을 추천해줬다.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하다.
빅스비가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여전히 음성 인식률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음성 민감도를 높게 설정해도 “하이 빅스비”를 잘 인식 못할 경우도 많다. 또 커스텀챗이라는 빅스비에게 사용자가 원하는 대화를 설정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아무리 입력을 시켜도 아직까지 정해놓은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7’에서 진화된 ‘빅스비 2.0’을 선보일 계획이다. 소소한 불편함을 해결하고 더 진화된 기능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