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중공업 매각 불발…내년 재매각 준비

입력 2017-10-18 14:00 수정 2017-10-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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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중공업의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본입찰에 참여한 원매자와 매각 조건이 크게 어긋나면서 법원과 회사는 재정비를 거친 후 내년 재매각을 목표로 준비할 계획이다.

18일 STX중공업은 지난 13일 실시된 기업매각(M&A) 본입찰에 대한 평가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해 유찰됐다고 공시했다.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제시한 가격과 인수 조건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회생기업의 매각가는 청산가치 언저리에서 결정된다. STX중공업의 청산가치는 4022억 원으로 매각자 측이 세운 최저가격선 역시 4000억 원 전후였지만 파인트리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인트리가 STX중공업 전체가 아닌 사업부 일부 인수만 희망한 점도 유찰 요인이 됐다. STX중공업의 회생 절차를 주관하는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관사 삼정회계법인은 당초 이 회사 전체 매각을 공고했다. 그러나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엔진 부문 인수만 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STX중공업의 엔진·기자재 부문은 선박의 프로펠러를 돌리는 주기엔진(대형저속엔진)을 주로 생산한다. 현 조선업황에서는 사업성이 낮게 평가돼 왔고 이에 예비입찰자 일부는 플랜트부문 인수만 타진하기도 했다. 파인트리의 경우 부실채권(NPL) 전문 운용사로서 사업성보다는 엔진 부문의 자산을 눈여겨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M&A와 달리 회생기업 M&A는 법원이 채권자 이익은 물론 기업의 정상화를 통한 경제 일반 가치까지 균형을 고려한다. 특히 기간산업에 속하는 STX중공업을 인수한 후 기업 정상화보다는 자산매각을 통한 이익실현에 관심이 있는 재무적투자자(FI)에 대해 법원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예비입찰에 참여한 대구 소재 한 부동산개발업체는 STX중공업의 공장 일부분 인수만을 희망했지만 매각 주관 측에서 비적격자로 분류해 입찰을 제한했다.

STX중공업은 이번 매각 불발과 관련한 패인을 분석한 후 내년 다시 법원 허가를 얻어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방 조선업황 침체로 STX중공업이 매물로서 인기가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비슷한 시기 STX엔진, 두산엔진 등이 동시에 M&A 매물로 나온 점도 이번 매각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한 회생전문 회계사는 “회생기업은 매각에 한번 실패하더라도 법원 진행에 따라 빠른 부채정리 등을 통해 좋은 매물로 거듭나기도 한다”며 “기업 규모와 산업 특성상 법원에서 돌연 STX중공업의 청산을 검토할 가능성은 극히 낮고 재매각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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