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규제방안 제대로 성사될까

입력 2017-10-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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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보유 국회의원ㆍ고위 공무원 많아 원안대로 통과 여부 주목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는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이른바 다(多)주택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주택자들로 인해 주택가격이 자꾸 부풀려지고 있어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할 계획이니 그 전에 갖고 있는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을 하든지 아니면 처분할 것을 권유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 강화방안은 서울 전역과 부산·성남시 일부지역과 과천·세종시 등이 포함되는 조정지역 내의 2가구 소유자는 10%, 3주택 이상 소유자는 20%의 가산 세율을 각각 물리는 내용이다. 세율이 가장 낮은 과표 1200만원 이하는 현재 6%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2주택 16%, 3주택 이상 26%로 높아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2018년부터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도 대폭 감축돼 집을 오래 갖고 있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세제가 개편된다. 지금은 10년이상 보유할 경우 30%의 특별공제 혜택이 있으나 세제 개편 후에는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15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부 방안이 제대로 실행될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주택자여서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게다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고위 공무원까지 다주택자가 수두룩해 입법과정에서 흐지부지되거나 아니면 규제안이 축소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8.2부동산 대책에는 다주택자한테 불리한 조항이 많아 국회 심사에서 많은 곡절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해당 의원이 자기에게 불리한 법안을 선뜻 동의를 하겠느냐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의 주택보유 현황을 보면 20대 국회의원 296명 중 162명이 두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의원의 절반이 넘는 54.7%가 다주택자이니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이중에 2주택자는 98명이고 3주택자 43명, 4주택자 13명, 5주택자 5명, 6채 이상자 3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각종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30명 가운데 18명이 다주택자여서 더욱 그런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최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8.2부동산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들의 비판이 거셌다는 말이다.

이를 의식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자라고 무조건 집을 팔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살지 않고 임대를 할 때 당당하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무엇을 의미할까. 강도 높은 다주택자 규제안이 좀 퇴색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정부 쪽 주택보유 상황을 보자.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 공무원 655명의 41.9%인 275명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용기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재산신고 자료다.

다주택자 비율이 가장 높은 부처는 대통령경호처로 66.7%이고 그 다음은 교육부 60.3%, 국토교통부 59.4% 순이다.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국토부 고위직 공무원의 약 60%가 다주택자인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다주택 보유 고위 공무원 가운데 111명(40.4%)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이른바 강남4구에 주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주택자라고 다 투기자로 몰아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택까지 재산신고 목록에 올라 다주택자 소리를 듣지만 실상은 합법적인 임대사업자라는 거다.

다주택자라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으나 꼭 그렇게 만 볼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주택자가 된 배경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겠지만 만약 8.2대책이 변질될 경우 다주택자로 거론된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에게 쏠리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게다.

자기들 이익 때문에 규제 방안을 축소시킨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의 주택보유 현황이 공개된 점은 주거안정 방안 추진에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주택 보유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공무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다는 뭇매를 맞을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 국감에서 8.2대책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점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 국감 의원들은 일반 다주택자의 부정적인 여론을 앞세워 비판을 가하지 않았겠나 싶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계속 시비를 걸면 정부가 좀 주춤한 자세를 보일지 모른다.

강력한 다주택자 규제방안이 제대로 성사될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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