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특약이 최근 개정됐으나 시행은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금융감독원이 개정한 ‘자동차·운전자보험 형사합의금 특약’ 관련 내용이 현장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한 보험사의 경우 3월 이후 형사합의지원금 지급 전체 221건 중 보험사가 직접 지급한 건은 33건이었다. 10건 중 1~2건 정도만 바뀐 특약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는 셈이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도 “피보험자가 합의금을 지불한 뒤에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업계 전반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형사합의금 특약’을 개정했다. 형사합의금을 보험사가 직접 피해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기존에는 가입자가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먼저 지급한 뒤에야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합의금을 바로 마련할 수 없는 취약계층들은 고금리 대출을 받는 등 어려움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받아들인 금감원이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특약을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보험가입자들은 바뀐 절차보다 개정되기 이전의 절차를 더 선호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가해자-피해자'라는 관계, 합의금 위임 과정의 불편함 등을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특약이 바뀌었으니 보험사에게 합의금을 위임할 수 있다'고 먼저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는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에게 직접 돈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는 합의에 이르면 합의금을 바로 받을 수 있었지만 바뀐 절차에 따르면 합의금 지급을 보험사에 위임하는 과정에는 총 3일 정도가 걸린다“며 ”이에 더해 위임장 작성, 인감증명서 마련 등 절차가 번거로워 꺼리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특약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형사합의에 이를 정도의 교통사고면 심각한 수준이라 경황도 없고 오래 전에 가입한 특약의 내용을 기억할 리 만무하다"며 "보험사가 개정 관련 내용을 더 활발히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